노트북,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보다 강화된 안전규제를 도입하기로 하자 일본 정부가 반발(反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안전규제는 일본 제품을 시장에서 불리하게 만드는 무역장벽이라며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잇따른 배터리 화재사고 등에 대응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안전조치를 무조건 무역장벽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우선 리튬이온 전지 사고에 대해 각국이 안전기준을 새로이 마련하고 있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내기관의 안전성 인증을 받도록 하는 등 보다 강화된 기준을 마련해 이를 WTO에 통보했고,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그렇게 되면 인증에 시간이 걸리는 등 제품 판매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의 안전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도 없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WTO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인증 등 기술적 규제를 인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를 잘 알면서도 일본 정부는 자국 업체들이 리튬이온 전지시장 점유율이 높고, 특히 한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안전규제에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안전은 경쟁보다 더 앞서는 중요한 사안인 까닭이다.

일본은 또 한국 정부가 미국 제품에 대해서는 오는 10월부터 예외로 취급해 미국내 기관의 인증을 받을 경우 수입을 허가하기로 한 점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안전에 대한 기준 관점에서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 · 일 양국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안전기준 등을 만들 수 있다면 앞으로 신뢰(信賴)를 바탕으로 상호인정 등 규제개선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안전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그런 차원에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이를 무역분쟁으로 비화시키는 것은 한 · 일 양국 모두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