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자동차 도시'로 유명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내 보쉬 포이어바흐 공장.올해로 준공된 지 100년을 맞았지만,내부는 오래된 제조공장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정돈됐고 깨끗했다.

디젤엔진용 고압펌프 조립책임자인 안드레아스 앙헬렌씨는 "작은 이물질이 제품 성능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공장 내 청결이 생명"이라며 "정교한 작업을 위해 시설마다 내부 압력과 온도를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쉬 생산방식의 전진기지

차량용 구동장치 부품인 '하우징'을 쌓아놓은 곳에 이르자 앙헬렌씨는 박스에 붙은 작은 전자칩을 가리켰다. 그는 "하루 평균 1800개씩 생산하는 하우징의 전 과정을 전자칩에 담기 때문에 작업자 숙련도에 관계없이 동일한 품질과 생산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보쉬가 이같이 혁신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한 것은 2002년.수년간의 작업을 거쳐 '보쉬 생산방식(BPS)'을 개발했고,매년 개선 중이다. 수십 단계의 복잡한 공정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단순화하고 적시 · 적기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포이어바흐 공장에만 비(非)독일인 근로자가 46%에 달하는 데다 40개국 이상 출신으로 구성됐지만,불량률이 0.5% 이하에 불과한 배경이다.

보쉬는 디젤시스템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포이어바흐 공장을 글로벌 대표 공장으로 육성,전 세계 35개 생산거점에 BPS를 전파하고 있다. 전체 인력의 최대 5%가 한국 등에서 파견된 훈련생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소피아 케하기아 디젤시스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BPS를 통해 글로벌 생산기지의 품질을 극대화하고 맞춤형 부품 생산을 늘리는 한편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에 두 차례씩 노사대화

포이어바흐 공장에선 정규직 3406명,협력업체 직원 1496명 등 총 4902명이 3교대로 일하고 있다. 공장 자동화로 2001년(5957명) 대비 17.7% 감원됐지만 노사간 대립은 없었다. 작년 말 주당 근무시간을 32.5시간으로 종전보다 2시간30분 단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쉬 디젤시스템의 레네 렌더 부사장은 "1년에 두 차례씩 노사 대화를 갖고 경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다,노조 역시 파업이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22년간 보쉬에서 일하면서 강경 파업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쉬는 작년 말 약 451억 유로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기업이지만,비상장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보쉬 가문이 7%의 지분 및 의결권을 갖고 있는 사기업이다. 렌더 부사장은 "장기 비전을 갖고 기업경영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며 "비상장이 기업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노조 역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보쉬는 현대 · 기아차 등 한국업체들과 협력관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유차 비중이 50%를 넘는 유럽에선 현대 · 기아차 역시 보쉬의 디젤 부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렌더 부사장은 불황으로 보쉬 대전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지만 인력감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전공장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독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