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시가총액 21조 증발

국제 금융위기로 국내 은행들이 영업실적과 주가의 동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은행지주회사들과 은행들의 시가총액이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21조 원이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또 경기 침체와 금리 인하 등 영업환경 악화로 은행들의 2분기 실적도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주가 회복은 실적 개선 없이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실적은 3분기쯤에나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주가 회복도 3분기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 은행 시가총액 매달 2조원씩 사라져
증권선물거래소가 18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10개 은행지주사와 은행들의 시가총액을 조사한 결과, 작년 8월 말보다 21조3천471억 원이나 감소했다.

시가총액은 주가와 발행 주식수를 곱한 상장 주식의 총 평가액이다.

은행주 중에서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작년 8월 말(당시 국민은행) 20조1천491억 원에서 14조224억 원으로 줄어들어 신한지주(14조600억 원)를 밑돌았다.

하나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8조2천198억 원에서 5조4천552억 원으로 33.6%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는 11조6천억 원에서 8조 원대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 기업은행, 하나금융, 우리금융, 외환은행 등의 주가는 30% 이상 떨어졌다.

은행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로 실적 개선이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10개월간 은행 주식을 1조5천8억 원어치 처분하며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지분율은 부산은행이 68.6%에서 60.2%로 낮아졌으며 기업은행과 하나금융도 9~10%포인트나 내려갔다.

우리투자증권 황헌 애널리스트는 "은행에 대한 투자가 살아나려면 실적 회복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은행들의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큰 폭으로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은행 3분기쯤 실적 개선 기대
전문가들은 은행지주사들과 은행들의 2분기 실적은 보유 자산 매각 등으로 1분기보다는 좋아지겠만 기대치에는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지주의 2분기 순이익은 2천600억 원 안팎으로 전분기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금융도 보유 중인 주식 매각에 따른 차익으로 전 분기와 비슷한 1천600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에 적자를 냈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2분기에 흑자로 전환하고 기업은행의 순이익은 1분기 479억 원에서 2분기 800억 원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분기 전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1분기보다 0.2%포인트 정도 악화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수수료 수익 등의 부문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3분기쯤 바닥을 치고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실적은 1분기에 워낙 나빴기 때문에 2분기에는 상대적으로 나아지겠지만 의미 있는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은행들의 실적은 경기 회복과 맞물려 3분기쯤 두드러지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기자 indigo@yna.co.kr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