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집값이 20% 올라봐야 본전?'내집마련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실수요자들이 생뚱맞게 느낄 수 있는 얘기다. 66㎡(20평)형 아파트값이 3억원을 훌쩍 웃도는 서울에서 고가의 아파트가 5년간 20% 오른다면 수익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계산해보면 이런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에 금융자산 1억5000만원을 가진 30대 가장 김모씨가 5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김씨가 내집 마련 과정에서 추가로 치르는 비용은 주택매매 금액의 3% 정도인 취득 · 등록세와 중개수수료다. 대출금액 2억원의 이자부담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생각해 5년 평균 연 5.5%로 가정했다. 여기에 금융자산 1억5000만원을 다른 곳에 투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도 주택구입에 따른 비용에 넣었다. 기회비용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했다고 가정해 5년 동안 금리 3.5%(복리)의 은행예금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김씨는 주택 취득관련 비용으로 1500만원을 지출하고 5년간 5500만원의 이자를 상환하게 된다. 여기에 1억5000만원에 대한 기회비용 3754만원을 더하면 김씨가 주택구입으로 부담하게 된 금액은 9254만원에 이른다.

이 비용을 상쇄하려면 매년 집값이 3.5%씩 꾸준히 올라 5년간 17.5% 상승해 9384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어야 한다. 20% 올라 집값이 5년 만에 6억원이 되더라도 실질적인 차액은 7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 것이다.

조사를 담당한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가격이 물가상승률 수준만큼(연 5%) 상승한다면 6억4000만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면서 "비록 주택가격 상승폭이 낮다고 하더라도 실거주 목적이라면 '주거생활 안정성'이라는 편익이 주택투자를 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여기저기서 집값 불안 징후가 나타나는 건 사실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대세상승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올라봐야 3년간 10~20% 정도 오르는 시장인 만큼 실수요자들은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