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집을 사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내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그 전에 집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도 부동산 관련 전문가 30명 중 23명이 연내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으며,그 중 10명은 올 여름을 적절한 시기로 꼽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집값 급등을 지켜봐온 무주택자들의 마음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무리하지는 말라"는 단서가 꼭 붙는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전과 같은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조언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무리'일까.

◆'무리'의 정체

'무리(無理)'는 '도리에 못 미친다' '이치에 어긋나 과도하다'는 뜻이다. 투자에서는 조건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를 강행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부동산시장에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무리하는 경우로 크게 투자시기,지역,자금의 세 가지 기준을 꼽는다.

먼저 투자시기와 관련된 무리수다. 이는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시세차익을 얻기 힘든데 자금을 쏟아붓는 경우다.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정책에 맞서거나,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는데 추격매수에 나서면 시기적으로 무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06년 '8 · 31대책'과 '1 · 11대책' 등 강도 높은 규제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까지 분양권 매입 등에 나섰다가 실패한 투자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에 따른 무리는 주택 매입에 따른 편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매입하는 것이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입지로 봤을 때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세차익도 기대되지 않는데 자기 기분에 도취돼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투자성은 떨어지지만 가보니까 좋더라'며 사들이는 전원주택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투자시기와 지역이 투자물건에 대한 분석과 관련된 것이라면 자금은 투자자의 역량을 말한다. 쉽게 말해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데도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주택 수요자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다. 이런 투자에 대한 무리수는 지난 몇 년간 집값 상승률이 월급 상승률을 크게 상회한 데 따른 초조감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디까지가 '무리'인가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무리하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출금액이 매입하려는 집값의 30%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보다 대출이 많으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1세대1주택 양도세 감면 조건인 3년 보유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집을 되팔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앞으로의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매매가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70%를 넘는가 여부가 무리를 판단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원리금을 내는 원천인 월소득도 잘 따져봐야 무리수를 막을 수 있다. 월급 등 소득만으로 원리금 상환이 안될 경우 제2금융권 등에서 추가로 대출받아야 한다. 이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는 투자금 대비 시세차익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가계에도 타격을 줄수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5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살 경우에는 집값 대비 대출금 외에 소득 대비 이자상환 비율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소득 대비 30% 정도를 적정 이자상환 비율로 꼽았다. 박 소장은 "소득 대비 50%까지 이자를 상환하게 되면 향후 금리 상승과 원금 분할 상환으로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준은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자녀 부양이나 노후준비 자금의 부담이 덜한 20~30대는 대출과 이자상환 면에서 좀더 부담을 져도 되지만 40대 이후 장년층은 보수적으로 대출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집값 대비 대출금액이 20~30대의 경우 50%,40~50대는 30%를 넘으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전체 소득 대비 이자 상환비율도 20~30대는 30%까지 괜찮지만,40~50대는 20% 이내가 적정하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