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을 신청한 서울 양천구의 한 학교 앞에는 이상한 현수막이 나붙었다. '우리 학교 ○○고가 사라집니다. 진보신당은 자립형사립고 신청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교육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현수막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교육당국이 작년부터 '자립형'사립고는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학교가 신청했을 리도 없고 신청 철회를 요구할 일도 없다.

진보신당에 확인한 결과,현수막의 '자립형사립고'는 '자율형사립고'의 오기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말까지 서울 시내 33개교로부터 자율형사립고 전환 신청을 받았다.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정부의 교육재정 보조를 덜 받는 대신 교육과정을 좀 더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자립형사립고와 유사하지만 법정 전입금 비율 · 사회적 배려대상자 비율 등에서 차이가 있다. 진보신당은 자율형사립고 정책을 반대한다는 뜻에서 33개 학교 근처에 이 같은 현수막을 걸었는데 잘못 표기한 것이다.

진보신당은 또 '우리 학교'라는 표현을 사용,학교 동문회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서울 일원동 중동고 총동문회는 지난 16일 "우리학교라는 표현은 재학생 · 교직원 · 동문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용어"라며 진보신당에 항의했다. 진보신당 측은 이에 대해 오해가 있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학교가 사라진다'는 표현도 모호하기 그지 없다. 자율형사립고로 선정되더라도 해당 학교는 그대로 있다. 다만 정부 지원을 적게 받고 학교 운영 자율성을 더 얻는 방식으로 바뀔 뿐이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학교가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일반고교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므로 학생들의 장거리 통학이 발생한다는 뜻"이라며 "새로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학교를 짓는 것은 불필요하다. 또 내년부터 고교선택제가 실시된다는 점까지 고려해 보면 원거리 통학 문제는 과장돼 있다.

재정도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무작정 자율형사립고를 신청하는 사학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자율형 · 자립형에 대한 지식도 없이,학부모 감정을 자극해 정부의 교육정책에 딴지를 걸려는 진보신당의 태도도 온당치 못하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