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와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어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계 입장'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여야는 6월 임시국회를 조속히 개원해 사용기간 제한을 폐지하거나 연장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법을 개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경제5단체 부회장단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직접 방문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당장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7월 이후 대량의 실직사태가 예고되고 있는 데 따른 심각한 우려의 표출(表出)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다급한 상황에 처한 현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이 6월 안에 나오지 못할 경우 7월부터 무려 70만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실직의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다음 달부터 정규직으로 바뀌어야 하지만,지금의 경기여건에서는 기업들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4월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이런 사태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물론 경제5단체는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해법은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지금은 눈앞의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응급처방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사정이 이처럼 절박한데도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은 그나마 법적용을 2년 유예(猶豫)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법 개정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고대란의 시각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지만 문제해결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국회 환경노동위가 여야 간사 3명과 양대 노총위원장이 참석하는 5인 연석회의를 19일 열어 이 문제를 협의키로 함으로써 대안 마련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는 하루빨리 국회를 열고 비정규직법 개정안부터 최우선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정말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당장 다음달부터 비정규직의 대량실직이 가시화되면 누가 어떻게 그 책임을 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