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해외 거래처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7일 "이재용 전무가 지난 16일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방문해 런정페이 회장 등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세계 3대 통신장비 업체 중 하나로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동행한 이번 방문에서 양사 최고경영진은 정기적인 교류를 갖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중국 업체와 회동을 정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에서 귀국한 이 전무는 국내에 머물다 내달 초 다시 미국 방문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 전무는 중국 방문 이전에도 올 들어서만 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 등을 방문했다. 거래처 관리와 미래전략 구상 등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전무가 원해서 출장을 가기도 하지만,해외 거래 업체들이 이 전무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 출장이 잦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작년 4월까지 삼성전자에서 고객관리를 책임지는 CCO(고객최고책임자)를 맡았다. 지난 2일에는 삼성전자의 대형 고객인 소니의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을 직접 서울 신라호텔에서 영접하기도 했다.

이 전무가 올해 면담한 인사들은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미국 최대 통신사 AT&T의 모바일 부문 CEO인 랠프 델라베가,소니의 스트링거 회장,닌텐도의 이와타 사토시 사장 등이다. 이 전무는 해외 유수 기업 방문 및 CEO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래 삼성의 전략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닌텐도의 창의성을 접목시킬 방안을 고민하고,대만에서는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들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등에서는 신흥시장 개척 방안을 모색하고,미국에서는 애플 등 세계 최고 IT 기업들의 변화와 혁신을 직접 보면서 삼성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