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17) 외부 효과 - 시장 바깥의 현상때문에 가격은 고장난 신호등이 된다?
'외부(外部)'의 국어적 의미는 '조직이나 단체의 밖'이다.

경제에서 '조직이나 단체'를 시장이라고 본다면,경제학에서 외부란 시장 바깥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학도 시장 바깥의 일에 관심을 가질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실이다.

경제 행위의 기본은 자발적 거래에서 시작하고,거래는 시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소비자의 편익이 반영된 수요,생산자의 비용이 반영된 공급은 시장속 가격이라는 신호 체계에 따라 최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어떤 수요나 공급 행위가 시장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 가격은 고장난 신호등이 되어 자원이 남거나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시장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로 인해 '자원이 남거나 부족하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어떤 경제 활동이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의 만족이나 비용에 영향을 주지만 그 영향이 시장 내부의 가격에 의해 완벽하게 평가되지 않은 경우,외부성 또는 외부효과(externality)가 있다고 하며,이런 외부효과로 인해 시장의 과다 생산 · 소비 혹은 과소 생산 · 소비가 유발된다.

경제학이 시장 외부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예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다.

생산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면 이것은 다른 사람의 건강 등 만족에 영향을 미치지만,생산자는 이런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산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피해는 자신의 이윤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고려하는 사적비용(private cost)에는 공해로 인한 피해의 비용이 고려되지 않았지만,사회는 공해의 피해 비용도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생산자가 다른 사람의 피해를 고려한 사회적 비용도 생산비용에 포함했다면 생산량을 줄였을 것이고 공해의 피해도 줄었을 것이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게 다른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때 음의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 또는 외부비경제가 있다고 말한다.

음의 외부효과는 위의 경우처럼 생산이 아닌 소비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주말에 6번 국도를 달려 춘천으로 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여행계획을 세우면서 기름값과 숙박료 등의 총비용을 계산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신이 차를 몰고 6번 국도로 나오면서 유발하는 혼잡에 대한 비용을 계산하지는 않는다.

즉 자신이 유발하는 혼잡의 외부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도로에 차를 가지고 나옴으로써 교통체증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소비에서 발생하는 음의 외부효과라 볼 수 있다.

위 사례에서 나타난 생산과 소비의 음의 외부효과 특징은 '과다생산''과다소비'이다.

생산자는 공해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적정 수준보다 많이 생산했고,소비자는 자신이 유발하는 혼잡의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차량을 적정 수준보다 많이 이용한 것이 문제였다.

즉,비용 등 음의 외부효과에 대한 대가(가격)가 시장에서 적절히 지불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외부효과도 있는데,이를 양의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 또는 외부경제라고 한다.

양의 외부효과도 음의 외부효과와 마찬가지로 그 가치가 시장에서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다만 '과다'가 아닌 '과소생산''과소소비'가 된다는 차이는 있다.

양의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예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지식이다.

일단 새로운 발명이 이뤄지면 그 유출 효과는 엄청나다.

뉴튼의 미분법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에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동전화의 발명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신기술의 사회적 영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술들은 일단 발명이 되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쉽게 복제가 가능해진다.

기술 복제가 개인에게는 불이익이 되겠지만 사회로 보면 엄청난 혜택이 유발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가져가는 혜택이 기술 개발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힘들여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큰 비용을 들여가면서 기술개발에 매진할 유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즉,신기술 개발은 과소 공급된다.

예방접종의 예를 생각해 보자.

내가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감소한다.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하면서 이런 사회적 혜택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만약 사람들이 사회적 혜택을 자신의 편익에 포함시켜 생각한다면 예방접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예방접종도 양의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면서 과소 소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의 외부효과이건,음의 외부효과이건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좋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편익과 비용이 시장 내부의 가격에 의해 자유롭게 평가될 때 사회적으로 최적 수준의 소비와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듯이 음의 외부효과는 '과다공급''과다소비'의 문제를 양의 외부효과는 '과소공급''과소소비'의 문제를 유발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외부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치유할 것인가?

물론 코즈(R. Coase)와 같이 자발적 힘에 의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공해 배출에 대해 다른 사람의 피해를 보상하도록 세금을 강화해 생산을 줄이고,공해 배출을 최적의 수준에 맞춘다.

혼잡에 대해서는 혼잡 통행료를 부과함으로써 혼잡을 줄이고 최적 통행량을 유지한다.

부족한 기술개발을 증가시키기 위해 기술개발 비용을 지원해주는 세금 혜택, 또는 보조금을 주고,지식재산권과 특허권을 보장해 준다.

예방접종을 늘리기 위해 보건소를 세우고 지원금을 준다.

이런 일련의 모든 정부 정책은 외부효과에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 이를 시장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시장 바깥에 있던 음의 외부효과에는 비용을,양의 외부효과에는 편익을 더해 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미녀 테니스 선수 샤라포바가 서비스를 넣을 때 지르는 괴성은 벨소리 다운로드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지만,시합 중에는 더 이상 듣기 어려워질 것 같다.

국제테니스연맹이 너무 심한 소음은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샤라포바의 괴성은 101dB(데시벨)로 사자(110dB)가 포효하는 소리와 거의 비슷한 정도로 크다니 한편으론 상대 선수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현재 규칙에 따르면 플레이 도중 지르는 괴성이 상대선수에게 방해가 된다면,심판이 상대선수에게 1점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새 규칙은 심판이 소리를 지르는 선수에게 몰수패를 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샤라포바의 괴성을 코트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사회적으로 최적의 선택일까?

차성훈 KDI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id.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