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를 ‘들치면’ 애교? ‘들추면’ 용서 안 돼

예전엔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또래 여학생의 치마를 기습적으로 들치고는(들추고는) "아이스케키"(실제로는 '아스께끼'라 발음했다) 하며 장난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때의 치마는 '들치는' 것이었을까, '들추는' 것이었을까.

두 말은 의미가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르게 쓰이는 경우도 있어 헷갈리기 십상이다.

우선 '들추다'는 '속이 드러나게 들어 올리다(이불을 들추다/아이들이 돌을 들추어 가재를 잡다)'란 뜻이다.

또 '지난 일이나 숨은 일 등을 끄집어내어 드러나게 하다(사생활을 들추다/지난 행적을 자꾸 들춰서 뭐하냐?)' '무엇을 찾으려고 자꾸 뒤지다(요리책을 들춰가며 만든 음식)'란 뜻으로도 쓰인다.

이에 비해 '들치다'는 '물건의 한쪽 끝을 쳐들다'란 뜻 한 가지로만 쓰인다.

'이불을 들치다/창문에 쳐놓은 발을 들치고 밖을 내다보았다' 같은 게 있다.

문제는 두 말이 모두 '뭔가의 속이 드러나게 들어 올리다'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서로 쓰임새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그냥 단순히 이불을 들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이를 '이불을 들춰 (무언가를) 찾아 보다'는 식으로 쓸 수도 있다.

이 경우 두 말을 구별하는 것은 뉘앙스의 차이다.

'들치다'가 한쪽 머리를 쳐든다는 뜻임에 비해 '들추다'는 속을 완전히 뒤집어 드러나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니 가령 이불 밑에 깔린 책을 꺼내기 위해서라면 이불 한쪽을 '들치는'것만으로도 충분할 터이고,늦잠 자는 아이를 깨워 벌떡 일으키기 위해선 이불을 통째로 들춰야 하는 것이다.

이 차이를 '치마를 들치다/들추다'에 적용해 보면,애교로 봐줄 수 있는 아이들의 장난은 치마 한쪽을 살짝 들었다 내리는 정도이므로 이는 '들치다'가 적절하다.

이를 굳이 '들추고' 살펴보았다간 자칫 성희롱으로 몰려 치도곤을 당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