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관광객이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서 있다. 남반구에 겨울이 오면 이곳 아르헨티나 남쪽 끝엔 빙하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빙하 앞에 서서 눈을 감으면 자연의 역사가 소곤소곤 들린다. 먼 옛날, 눈이 쏟아지고 세찬 바람이 분다. 강추위와 태양의 손길은 긴 세월 동안 눈을 얼리고 녹이며 거대한 덩어리를 만든다. 이 얼음덩어리는 갈라지고 다시 얼어붙기를 반복하며 눈부신 조각으로 태어난다.

지구가 수십만년 동안 만든 이 작품이 점점 그 모습을 잃고 있다고 한다. 여름이면 빙하가 갈라져 바닷속으로 녹아내린다. 두 팔을 벌리고 느끼는 저 감동의 순간도 어쩌면 머지않아 빙하 녹듯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 사진=AP연합뉴스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