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을 절대로 하지 마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까지. 10년이 넘는 영어 교육을 받고서도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면 순간 '얼음'이 되는 많은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20년 경력의 베테랑 영어 강사 이근철에게 영어공부의 노하우를 듣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햇살이 가득한 깔끔한 인테리어의 사무실 내부. 약속시간 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도착한 덕에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사무실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사무실에는 평소 '재즈광'으로 알려진 그답게 사무실 곳곳에서 재즈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또 강의영상을 촬영 할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도 포함돼 있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이근철은 비누냄새를 풍기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이근철은 "사진 촬영도 하신다는 말씀에 깔끔하게 씻고 왔어요"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영어공부의 비법을 한 수 알려달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넉살좋은 웃음으로 대신하며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근철, 준비된 '스타강사'?

오성식, 이지영에 이어 KBS'굿모닝 팝스‘(이하 GMP)의 진행자로 활약중인 이근철은 국내 몇 안되는 '스타강사'로 불린다. 또 영어 컨텐츠 제작회사 유어에듀의 대표이며 수많은 영어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스타강사’가 된 비법을 묻자 이근철은 "영어가 무조건 좋았어요. 어린시절을 수원에서 보냈는데 유적지에 외국인들이 오면 아는 단어를 모두 사용해서 말부터 걸었을 정도였어요. 그 뒤 대학에서도 영어를 공부하고, 대학원에 입학해서 강의를 시작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이근철은 동대학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 언어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근철이 강의를 처음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24살. 어린나이에 대학강단에 선 이근철은 일부러 나이가 들어보이는 양복을 골라입고 안경을 쓰고 강의 준비를 해야 했다.

첫 수업에 대한 질문에 이근철은 "제 첫 수업은 600명 정원의 대강당에서 있었어요. 그때 강당에 5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여있었어요"라며 "난생 처음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섰는데 전혀 떨리지 않고 학생들의 얼굴이 한명씩 또렷하게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강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때 ‘이게 내 천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회상했다.

대학에서 5년여간 강의를 한 이근철은 이후 케이블 교육방송에 진출, 이것을 계기로 1997년 EBS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 영역 강의를 맡으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영어책 '댑따 신기한 영어' '이근철의 익사이팅 English' 등 수많은 영어책을 출간했고,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스타강사와 개그맨, 그들의 '특별한 만남'

이근철은 최근 개그맨 박수홍과 함께 영어책 '10년 배운 영어 사용설명서(How to revive your dead english)을 발간했다.

스타 영어강사와 개그맨의 독특한 만남.
박수홍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이근철은 “박수홍씨와는 라디오 방송으로 처음 만났는데, 워낙 마음이 잘 통하는 사이라 방송 외에도 자주 만날 만큼 친해요.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박수홍씨가 짧은 영어로 아무 외국인에게나 거리낌 없이 쉽게 말을 거는 모습을 봤어요.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올바른 표현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근철은 박수홍과의 라디오 방송 후에 바로 이런 마음을 전한다.

"평소처럼 방송을 하고 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수홍씨에게 '우리가 배우는 영어방송 내용을 책으로 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어요. 그때 수홍씨가 0.1초도 안지나서 '좋죠~ 형님!'이라고 답하더라구요(웃음)"

책 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10년 배운 영어 사용설명서(How to revive your dead english)'는 제목 속에 모든 것이 포함돼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영어를 배우고도 영어가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은 영어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은 '알고 있는 영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설명서 같은 거에요”라고 간단히 전했다.

이근철은 박수홍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쉬운 표현들을 위주로 6개월만에 책을 완성시켰다.

이근철은 “일반인인 수홍씨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 어떤 사람이 읽어도 쉽게 볼 수 있을꺼에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근철에게 영어방법의 특별한 노하우를 묻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주저없이 “영어공부를 절대로 따로 하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강조했다.



영어공부는 '무조건'…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은 NO!

“많은 사람들이 10년이 넘는 영어 교육과정을 거치고도 자신이 제대로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말도 틀리는데 영어 좀 틀린다고 누가 뭐라고 욕하겠어요?

영어 공부를 할때는 두려움을 버리고 ‘무조건’ 해야해요.

숙제로 남겨두지 말고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할 필요도 없어요. 따로 시간을 내거나 결심을 하면 오히려 부담감만 커질 뿐 영어공부를 하기 '정말' 싫어지거든요.

하루 한 가지 표현들만 소화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한가지 표현만으로도 실생활에서 수도 없이 응용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할 시간이다'라는 뜻의 'time to' 라는 표현 한가지로 'time to go'(갈 시간) 'time to eat'(먹을 시간) 'time to picnic'(소풍 갈 시간)… 등 수없이 응용이 가능하죠.

이건 영어를 포함해서 모든 언어에 해당될 꺼에요. 하루에 한가지씩 영어표현을 외우다 보면 일년이면 365개를 알게 되는데 영어를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뉴스팀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사진 양지웅 기자 yang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