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잘되길 바랍니다. " 한국도요타자동차 관계자는 다음 달 8일부터 판매될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에 대해 묻자 덕담부터 건넸다. 현대차보다 3개월 늦은 올 10월에 하이브리드카(3세대 프리우스)를 국내 판매하는 도요타의 입에서 듣는 말치곤 뜻밖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카를 홍보해 인지도를 올려 놓으면 시쳇말로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하이브리드카는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6년 9월 국내에 상륙해 올 5월 말까지 고작 1297대를 파는 데 그쳤다. 작년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약 1%였다. "한국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카의 장점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안 샀다"는 게 일본차 업계의 진단이다.

도요타 관계자의 말 속엔 기술적인 격차에 대한 자신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도요타는 1997년에 1세대 프리우스를 내놨으니까 현대차와는 12년 격차로 앞서 있는 셈"이라며 "기술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현대차가 당초 10월로 예정돼 있던 아반떼 하이브리드 출시 계획을 7월로 앞당기고,연료값이 싼 LPG용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첫 모델로 정한 것은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하이브리드카 전쟁에서 누가 승리를 거둘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도요타가 잘해봤자 5%(점유율) 정도의 수입차 시장에서 1등하는 것일 뿐"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일본 판매 1위를 차지한 혼다의 신형 하이브리드카(인사이트)까지 내년에 가세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의 그린카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하다. BMW,메스세데스-벤츠 등 독일업체들은 디젤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중국과 미국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보폭을 늘리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그린카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진정한 승자라는 얘기다. 6월 하투(夏鬪)로 뒤숭숭한 요즘,현대차 경영진과 종업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