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누나

기다려도 무심한 봄날

봄이 무거워 꽃이 지누나

진관사 가는 언덕

훨훨 날리는 꽃

꽃은 피어도 님 없는 봄날

꽃이 지누나

봄이 무거워 꽃이 지누나

세상에 한번 피어

가는 날까지 소리 없는 자리

님 그리다 마는 자리



-조병화 '편편화심' 전문


어느덧 6월 중순이다. 봄날은 쏜살같이 저만치 달아나 있다. 기다려 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진관사 가는 언덕길로 꽃비 뿌리며 총총히 달아났다. 임도 그렇게 떠나갔다. 세상에 한번 피어 가슴에 상사병 깊은 흉터 남기고 훌쩍 사라졌다.

당대 최고의 로맨티스트였던 시인은 북한산 산책길에서 시상(詩想)을 떠올렸을 법하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운명은 갈린다. 조각조각 흩날리는 꽃비속에서 짝사랑의 허망함을 낙뢰처럼 감지한 시인에게서 왜 시를 읽어야 하는지를 생각케 한다. 시를 읽어야 잠재돼 있는 시심(詩心)이 살아난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