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 2%에 머물러있는 정책금리를 지난주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움직이는 채권금리는 상당히 뛰었습니다. 장기금리 위주로 형성돼 있는 채권금리는 아무래도 경기 흐름에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하강세가 거의 끝났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졌고,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정책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해졌습니다.

장기와 단기 금리의 격차가 어떤 수준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수익률곡선(yield curve)을 들 수 있습니다. 그래프 X축에 단기금리부터 장기금리까지 순서대로 쭉 늘어놓고 그래프 Y축에는 연 금리(수익률)를 표기해 서로 만나는 점들을 부드럽게 연결해보면 통상적으로 우상향(右上向)하는 모양의 곡선이 그려집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맹위를 떨쳤던 2월 말과 요즘의 수익률곡선은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2월 말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1.87%였고 1년 금리(국고채 기준)는 연 2.54%,5년 금리는 연 4.57%였습니다. 이에 비해 지난 13일 기준 하루짜리 금리는 연 1.97%,1년 금리는 연 3.06%, 5년 금리는 연 4.90%로 올랐습니다. 수익률곡선의 기울기가 예전에 비해 많이 가팔라졌습니다.

단기금리와 장기금리 간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실물경기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 역시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쪽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금리와 채권값은 역(逆)의 상관관계이므로 장기금리가 오른다면 장기채권 가격은 그만큼 떨어집니다. 장기채권이나 채권형펀드에 묻어둔 돈이 빠져나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는 종전과 다른 형태의 머니무브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실물경기가 실제로 좋아져서 돈이 그쪽으로 흘러들어가면 괜찮지만 만약 경기침체가 상당기 간 지속되면 자금시장이 불안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도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