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화장실에 남자 조각상을 설치하고 중요부분을 가린 다음 "열어보지 마시오"라고 써붙였다. 가린 부분을 들춰보는 즉시 바깥에서 벨이 울리도록 비밀장치를 해놨더니 십중팔구가 아니라 십중구십 소리가 났다고 한다. 훔쳐보기엔 남녀가 따로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성에 대한 관심은 남자가 더한 모양이다. 남자들에게 아는 여자인 것처럼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상대가 확인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통신요금이 빠져나가도록 한 사기에 걸린 사람이 무려 40여만명,피해액만 17억원이라는 걸 보면 그렇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혹시나" 하거나 "밑져봐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어떤 여자일까라는 궁금증에 아까운 돈과 시간을 날린 셈이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기 수법은 날로 진화한다. 국세청인데 세금을 환급해준다부터 우체국인데 등기우편물이 반송됐다,한전고객센터인데 전기절약보조기기를 설치해준다 등 그럴 듯한 구실로 통장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채거나 악용하는 것이다.

전화로 통장 비밀번호 등을 알려달라는 건 100%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니 넘어가지 말라는데도 방법이 하도 교묘해져 당하는 사람들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다. 실제 어눌한 옌볜말 대신 표준말로 전화하고 확인하려 찍힌 번호로 걸면 진짜 관공서인척 받는다.

2007년 4000건 정도던 전화금융 사기가 지난해엔 9000건 가까이 증가하고 피해액도 875억원에 달했다는 마당이다. 금융감독원이 늦게나마 1년간 이체실적이 없는 계좌의 이체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한 전방위 조치에 나섰다지만 쉽게 근절될 것 같진 않다.

휴대폰 사기가 성행하게 된 요인을 따지자면 통신사와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및 대책 소홀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부가통신 사업자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3000원 미만도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방법을 도입해야 마땅하다.

사용자들 역시 개인정보를 함부로 내주지 말고 괜한 호기심도 줄일 일이다. 조선시대 문신 강희맹의 '삼치설(三稚說)'에 따르면 꿩도 미끼로 놓은 암컷 옆에 가까이 오지 않으면 잡기 어렵다고 돼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