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조선박람회인 노르 시핑 박람회장에서 만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마산 수정만'을 아쉬워했다. 3년 이상 지속된 마산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계획했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섭섭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강 회장은 "마산 수정만 투자는 사실상 포기했다"고 말했다.

2006년 초 마산시는 STX그룹에 조선기자재 공장을 수정만에 지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당시는 조선 호황기.기존 설비만으로는 조선기자재 물량을 대기에 힘이 부쳤던 STX그룹은 흔쾌히 승낙했다. STX중공업을 선두에 세워 발빠르게 투자 계획을 짰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에 부딪쳤다. 일부 지역주민들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반대에 나선 것.조선기자재 공장 설립에 반대하는 수정마을대책위원회는 작년 이맘 때 마산시와 STX중공업을 상대로 '일반산업단지 개발협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STX중공업의 수정만 투자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조치다.

다급해진 STX그룹이 수정만 주민을 위한 보상 계획을 제시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대책위원회는 '무조건 반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미적지근한 대응도 문제였다. 경상남도에서 매립지 용도변경 승인을 얻는 데만 1년 이상 걸렸다.

강 회장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마산은 일자리를 잃고 STX그룹은 투자 타이밍을 놓쳐 양쪽이 모두 큰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수정만에 STX 공장이 들어설 경우 최대 5000개의 일자리와 연간 6000억원의 경제 유발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모두 허사가 됐다. 강 회장은 "마산에 투자하려던 돈은 모두 중국 다롄에 이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마산 주민들이 결국 다롄 주민들 좋은 일만 한 셈이다.

수정마을대책위원회가 최근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처음에 보상하겠다고 할 땐 무조건 유치 반대만 외치다가 3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야 보상안에 대해 협상하자고 하면 어느 기업이 투자에 나서겠느냐"고 했다.

강 회장은 수정만 얘기를 마칠 무렵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투자해 달라고 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