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가 서울의 뉴타운 및 재개발 정책을 공공개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개편안을 어제 내놨다. 주요 내용은 공공관리자를 통한 사업 투명성 확보,사업비 산정 프로그램 개발,사업관련 정보 공개,세입자 휴업보상금 기준 상향조정 등이다. 지난 40여년간 객관적 기준도 없이 추진돼 끊임없이 분쟁이 일었던 재개발 사업에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

무엇보다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해 정비사업을 사실상 관리,감사하는 기능을 부여하고 주민들이 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인터넷에서 항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사업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업비용 산정을 아예 프로그램화하기로 한 것도 분담금이나 기반시설 설치비 관련 갈등(葛藤)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만으로 재개발 사업이 무리없이 진행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데다 주민들로 구성된 사업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설계자와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도 구청 SH공사 주택공사 등이 개입하다보면 사업추진 속도가 크게 느려질 게 뻔하다. 재개발 사업 전 과정에 공공이 관여함으로써 비리가 끼어들 소지를 없애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업지연으로 인한 비용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공사도 재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려고 하지 않을 우려도 없지 않다.

또 세입자 지원을 강화했다지만 휴업보상금을 3개월 평균소득에서 4개월로 늘리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와 함께 재개발 사업지마다 문제가 되는 권리금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그동안 용산참사 등 크고 작은 불상사가 빚어졌지만 도시 발전을 위해서 재개발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개편 방향을 올바로 잡은 만큼 실행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를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조정해나가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