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본인 상(喪) 외엔 무엇으로든 언론에 노출되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어떻게든 널리 알려져야 유리하다는 셈법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지명도가 중요하긴 연예인도 같다. 안티팬이 많아지면 곤란하다지만 그래도 일단 유명해져야 주목받는 까닭이다.

그래서인가. 연애담으로 화제몰이를 하려는 듯한 연예인이 늘어난다.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연애이야기를 털어놓는 건데 실연당했다는 쪽이 많다. 실연 충격으로 입원했었다,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사람이 지금은 다른 연예인과 만나고 있어 속상하다 등.

거꾸로 자신에게 접근했던 사람이 수두룩했다고 털어놓은 일도 있다. 사귀자고 고백한 사람만 34명이란 얘기가 그것이다. 연예인 커플 중 한 사람이 상대의 안좋은 버릇을 전하고,연예인이 일반인과 사귀는 경우 둘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연애담은 그게 누구 것이든 관심거리다. 하물며 대상이 연예인임에랴.자연히 누가 실연당해서 어땠다더라 혹은 누가 누구와 어떤 사이라더라 하면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면서 포털의 인터넷 검색 순위 또한 급상승한다. 스캔들 마케팅 혹은 노이즈 마케팅을 겨냥한 거라면 성공인 셈이다.

그러나 사랑은 변하고,모든 만남에 해피엔딩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실연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실연시키는 것보다 실연당하는 게 낫다고 한다. 당하는 순간엔 힘들지만 누군가에게 준 상처 때문에 후환이 두렵지도 않고 자신의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계기도 된다는 논리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가슴에 묻는다. 세월이 약이려니 하면서.실제 헤어진 순간엔 괴롭고 다신 아무도 사랑하지 못할 것같아도 그렇지 않은 게 사람살이다. 흥미거리로든 화풀이로든 지난 일을 터뜨리고 나면 속은 잠시 후련할지 모르지만 자칫 미래의 사랑에 걸림돌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인기는 잠깐이다. 뒷담화거리로 얻은 인기는 더 그렇다. 인터넷 검색순위 상승보다 중요한 건 아픔을 속으로 삭혀냈을 때 얻어지는 성숙과 가수면 가수,배우면 배우로서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부득이 알려지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스스로 너무 까발리진 말았으면 싶다. 더러는 묻고 덮어두는 것도 미덕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