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해온 '4대강 살리기'사업의 마스터플랜이 8일 확정 발표됨에 따라 본격적인 실행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물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인간의 몸에 피가 흘러야 살 수 있듯이 우리 국토에도 하천을 따라 물이 원활히 흘러야 건강한 국토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4대강 살리기의 배경에는 이 같은 '물의 소통'의 중요성이 깔려 있다. 강원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갈수기에 물이 부족해 물차가 가고 페트병물이 배달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이는 시급한 국가사업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등의 다양한 감축 시나리오가 발표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계속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지금 겪고 있는 물 부족 문제는 한두 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일어나고 심화될 것이다. 특히 가뭄은 일과성인 홍수와 달리 장기간 지속돼 기아와 사회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4대강 살리기 계획이 단순한 '물길 살리기'를 넘어 '물의 소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부분이 간과돼 있다.

물은 넘치고 여유가 있을 때 비축해야 한다. 홍수 때 넘치는 물을 어디에다 비축할 것인가. 주거지역의 빗물 저장시설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런 빗물은 음용수가 될 수 없고 관개용수가 될 수 없고 장기대책이 될 수 없다. 넘치는 물을 비축하기 위해서는 저류구조물을 구축해서 지표에 물을 저장함과 동시에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 축적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넘치는 물을 비축하는 것은 절대로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강릉지역에 24시간 동안 비가 무려 877㎜가 내렸다. 이는 비가 가장 많이 내릴 수 있는 여러 조건이 동시에 조성될 때 예상되는 강릉지역의 예상 최대 강수량(PMP) 510㎜를 크게 초과한 강우량이다. 강릉에서와 같은 호우는 한국의 어느 지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2006년 남한강 홍수 때는 충주댐 방류를 늘리면 여주가 침수되고 방류를 억제하면 단양이 침수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충주댐 유역의 24시간 강우량은 280㎜로 이 지역의 PMP 462㎜에 크게 못 미치는 강우량이었다. 만약 PMP 462㎜에 이르는 호우가 발생했다면 여주와 단양지역 모두 엄청난 침수를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홍수문제는 충주댐 상류에 추가 저류시설을 구축하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음을 방증한다.

홍수와 가뭄에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저류구조물은 댐이다. 가령 댐의 높이,길이 및 수몰면적은 아주 작으나 깊이는 큰 다목적 소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소댐은 개발과 관련한 이주 및 보상 등 민원에 대해서도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댐이나 보의 건설로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나 파괴보다는 변형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저수지가 조성되면 흐르는 물의 유수생태계에서 정지상태의 새로운 정수생태계,환경 및 경관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래의 고착된 사고에서 벗어나 기존의 환경과 새로이 조성되는 환경을 사회 경제 위락 심미 등의 관점에서,특히 기후변화적응의 관점에서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비교해야 한다.

'4대강 살리기'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하천을 조성하는 것이고 이는 항상 적정량의 깨끗한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수로정비와 함께 저류구조물의 용량증대가 빠질 수 없다. 다만 이미 마스터플랜이 나왔으므로 이는 추후 과제로 남겨 지속적이고 심도있는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윤태훈 <한양대 명예교수ㆍ토목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