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가격이 슬그머니 또 올랐다. 수입 식재료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안정세임에도 피자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잇달아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게다가 인상 내용을 홈페이지 등에 공지하지도 않고,할인쿠폰과 리필까지 줄여 빈축을 사고 있다.

◆툭하면 가격 인상

지난해 11월 가격을 올린 피자헛은 지난달 29일부터 22가지 전체 피자 단품메뉴 가격을 일률적으로 1000원씩 또 올렸다. '리치골드피자'가 3만3900원에서 3만4900원으로,'치즈크러스트 피자'는 3만900원에서 3만1900원으로 인상됐다.

피자헛 관계자는 "수입 치즈 · 밀가루 가격이 작년 하반기보다 20~30%씩 올라 원가부담이 커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6개월 전에 비해 원 · 달러 환율이 16.5%,원 · 유로 환율은 7.6% 각각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미스터피자도 식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올 들어 두 차례나 가격을 올렸다. 지난 1월 '포테이토 피자'와 '쉬림프 골드 피자' 가격을 1000원씩 올린 데 이어,지난달 1일부턴 '씨푸드 아일랜드 피자'(3만3500원→3만4500원) 등 주요 메뉴를 500~1000원 인상했다. 콜라 스프라이트 등 음료 가격도 100~600원 올렸다.

대학원생 이선진씨(30)는 "아무리 원가 부담이 크다고 해도 5개월 동안 두 번이나 가격을 올리는 건 심했다"며 "최근 불량치즈 파문으로 소비자들이 동네 피자 대신 브랜드 피자를 찾으니까 배짱을 부리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도미노피자는 지난 2월 초 피자 가격을 2000~3000원씩 인상했다. '더블 크러스트 스테이크피자'와 '트리플 치즈 스위트'는 3만1900원에서 3만4900원으로 3000원이나 올렸다. 때문에 피자업계 '빅3'는 최고가 피자 가격이 한결같이 3만4900원 선이어서 서로 담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인상 사실은 공지도 안해

피자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업체들이 인상 내역을 알리지 않는 데다 인기 메뉴는 올리지 않고 배달메뉴는 가격을 일부 내려 전체적으로 인상 사실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피자점에 자주 들러 가격을 꿰고 있지 않는 한 소비자들은 인상 사실을 모른 채 계산하기 일쑤다. 최근 가격 인상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지한 업체는 미스터피자뿐이지만 이 업체도 지난 1월 인상 내용은 숨겼다.

매장 인심도 야박해졌다. 피자헛은 지난 4월부터 쿠폰을 발행한 매장에서만 박스쿠폰을 쓸 수 있도록 제한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달부터 콜라 리필을 2회로 제한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은 뛰고,혜택은 줄어든 피자를 울며 겨자먹기로 사먹어야 하는 실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