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할라드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국내엔 덜 알려졌지만,해외에서는 꽤나 유명세를 타는 인물이다. 특히 그가 2004년 펴낸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연구자의 탁월한 안목과 식견을 보여준다.

첫 번째,저소득층 시장에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전 세계를 구매력 기준으로 구분했을 때,연간 2만달러가 넘는 인구는 고작 1억명인 데 반해 1500달러 이하의 인구는 무려 40억명에 달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빈곤 국가와 저소득층을 목표 시장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들 저소득층 국가는 신흥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흔히 브릭스(BRICs)라고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뿐 아니라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등 9개국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12조5000억달러로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의 구매력 기준 GDP 총합보다 더 크다.

두 번째,저소득층 시장은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부유층과 빈곤층은 여러 측면에서 특성이 다른 소비자들이다. 예컨대 부유층은 편리를 추구하므로 대용량을 선호한다. 반면에 빈곤층은 하루 일당에 의존하고,그날그날 필요한 품목만 구매하길 원하기 때문에 일회용 포장을 좋아한다. 이를 고려한 P&G는 인도에서 최고급 샴푸인 팬틴의 일회용 제품을 팔고 있다.

또한 저소득층의 구매능력을 주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브라질 소매 기업인 '카사스 바이아'는 브랜드 가전제품을 판매할 때 비정규직인 탓에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저소득층에 융자를 제공했다.

세 번째,저소득층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이 혁신적인 사업을 성공하면 종전과 다른 방법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실 지난 50년간 유엔,세계은행(IBRD) 등 여러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가 노력했지만 결국 가난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이제 진정 필요한 것은 저소득층이 스스로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이 가진 자원과 능력을 잘만 활용한다면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