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직장인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다. 어느 날부터인가 젊은 회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로 30대 초반이었는데 빠져 나가는 인원이 적지 않아 걱정됐다. 총무가 그 이유를 잘라 말했다. "'젊을 때 10억 만들기' 같은 재테크 카페로 몰려갔대요. "

허탈했다. 직장에서 일 잘하고 후배를 이끌며 리더를 지향하자는 '순수한' 모임은 '돈' 앞에 그렇게 위축돼 갔다. 젊은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 사장,특히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성공의 상징이다. 돈도 벌었고 명예도 있어서다. 모임에서 만난 중견 기업 사장에게 물었다. "성공하니 뭐가 좋던가?" 별 대답이 아니었다. "경 · 조사비 조금 많이 내고,친구들과 만날 때 밥값 걱정 안 하고,읽고 싶은 책 눈치 안 보고 사는 것,이 정도면 성공 아닌가. "

소탈했다. 젊은 사람들이 꿈꾸는 화려한 CEO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존경스럽기도 했지만,그 정도라면 굳이 고생하며 회사를 운영해야 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입신 출세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성공은 이제 '경제적 안정'의 동의어가 됐다.

한국 CEO들은 평균 50대 초반의 남성이다. 자식들이 다 크고,아내도 남성화되면서 회사 외에선 별 필요성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부분 회사에 승부를 건다. 그들의 성공관이 사회와 나라를 좌우하게 됐다. 한국 사장들이 경제적 안정만 목표로 해서는 사회도,나라도 희망이 없다는 얘기다.

사장들이 목표로 해야 할 것은 회사 차원의 '큰 성공'이어야 옳다. 한 경영학자에 따르면 회사에도 수준이 있는데,가장 낮은 단계 회사의 목표는 생존이다. 그 다음 단계는 성공이 목표요,최고의 단계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인 회사다. 상품으로든 서비스로든 사회가 더 나아지게 할 때라야 CEO는 정말로 성공하는 것이다.

19세기 미국 시인 에머슨의 시는 이제 개인적 성공을 넘어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할 경영자들에게 좋은 화두를 준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무엇이 성공인가')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