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성장을 이끌 동력 산업으로 녹색금융을 설정하면서 금융권에 '녹색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예금 대출 카드 등 각종 연계상품을 쏟아내고 있고 국책 금융회사들도 기업들의 녹색성장 산업 육성에 필요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녹색성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비한 녹색보험을 준비하고 있고 증권사들도 녹색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녹색펀드를 선보이는 등 녹색은 국내 금융권의 최대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녹색금융 상품은 공익형 상품의 일종이다. 고객이 돈을 맡기면 이자의 일부를 자동 기부하도록 설계됐거나 금융회사가 고객 입금액에 비례해 일정 금액을 기부하도록 만들어졌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일반 금융상품과 비슷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사회나 국가 등 공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거양득형 상품인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녹색금융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은행마다 친환경 기업을 위한 대출 상품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예 · 적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플러그 뽑기나 조명등 끄기 등 에너지 절약을 하겠다고 서약을 할 경우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수익금의 50%를 저탄소 사업에 기부하는 공익상품도 생겨나는 등 상품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에 달한다.

은행들이 녹색금융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것은 예 · 적금,대출 등 단순한 개인금융에서 사모펀드 구조화펀드 등 복잡한 금융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녹색금융은 녹색성장을 위한 금융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품 개발을 통해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환경 및 리스크 관리 기법 개선 등을 활용해 금융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모든 은행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보험 · 카드사에서도 녹색금융 상품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보험사는 친환경 농산물 손해배상 보험,자전거 보험 등 녹색보험 개발을 추진 중이고 카드업계에서는 한지를 이용한 카드와 녹색산업에 포인트 기부,친환경 제품 구매 시 캐시백을 제공하는 등 관련 서비스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와 국책 금융회사도 녹색금융을 키우기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녹색산업 금융 지원 및 배출권 시장 활성화 등 금융분야 12개 주요 과제에 대한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금융위는 녹색산업펀드를 조성하고 연기금 운용 평가 시 펀드투자 가산점 부여와 가입자 세제 혜택 부여 방안 등을 검토하는 한편 녹색신용을 고려한 금리적용(그린 프라임레이트 도입 검토)과 녹색기업 부실여신 면책 범위 구체화 등을 통해 녹색기업에 대한 여신 우대를 실시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녹색산업에 대한 대출,프로젝트 파이낸스,사모투자펀드(PEF),벤처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저탄소와 관련된 바이오에너지 풍력 석탄 액화에너지 등 환경산업 및 관련 설비 기업들을 대상으로 '녹색산업 육성자금'을 대출 또는 투자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녹색성장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금융 지원을 작년 2500억원에서 올해 84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신재생에너지,환경 플랜트,에너지 효율 향상 분야 등 성장 잠재력과 산업 파급 효과가 큰 분야를 발굴해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역시 녹색성장 산업에 보증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녹색금융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국가들에도 관심의 대상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녹색금융과 유사한 사회책임투자(SRI)규모가 지난해 말 2조7110억달러로 1995년 6390억달러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02년 3360억유로에 불과했던 SRI 규모가 2007년 2조6650억달러로 8배가량 늘었다. 네덜란드는 정부가 환경 개선 기여 사업을 그린 프로젝트로 지정,세제 혜택을 주고 은행으로부터 저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 민간 투자자들에게는 녹색자본에 대해 1.3%에 달하는 소득세 감세 혜택을 주는 등 모두 2.5%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 녹색금융 시장은 이들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무엇보다 녹색성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 개인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녹색금융 상품에서 앞으로 탄소배출권 사업에 대한 대출 또는 지분 참여,배출권 신탁제도,사모펀드 또는 구조화펀드,탄소배출권 사업 관련 보험 등 광범위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어 차세대 수익원으로 당분간 올인하고 있다"며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전략과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