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 증권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어디 이래서야 기관투자가가 장기투자로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증시에서 첫번째 '큰 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행보를 놓고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투자 자금을 맡겼던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에 대해 이달 말 예년과는 다른 평가를 통해 자금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자금운용을 위탁한 회사들 가운데 최우수등급인 1그룹 소속 4개사에 대해 이달 말 수익률을 평가해 꼴찌인 곳은 맡긴 자금의 25%를 회수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1그룹의 경우엔 자금을 회수한 일이 거의 없어 해당 업체들은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일선 펀드매니저들은 "4개사에 공문이 아닌 구두로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펀드매니저들이 평가에서 꼴찌를 면하기 위해 중소형주 1~2개를 찍어 주가를 관리하는 등 편법을 구사, 시장을 교란시키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일단 수익률을 높이려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 가능한 방법을 모두 쓰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실제 코스닥 일부 종목은 이상 급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외부에 맡긴 주식투자자금은 18조6300억원으로,이 중 4조원을 1그룹 4개사가 운용하고 있다.

그런 만큼 국민연금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은 '철갑'(鐵甲)이라고 부른다. '갑을'(甲乙) 관계에서 절대적으로 강한 갑의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펀드매니저들은 국민연금에 근무하는 친구를 두는 게 큰 소망이다. 철갑에게 몰리는 고급 정보를 귀동냥할 요량에서다.

국민연금은 기존 방침과 계획이 바뀌면 시장에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번 소문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관련 소식 만큼 시장과 관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