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잠수함이 인도양 바닷속을 누비도록 할 것입니다. 잠수함 2척 수출은 자동차 7만대 수출과 맞먹는 엄청난 효과를 냅니다. "

대우인터내셔널이 오는 17일 국제 경쟁입찰을 실시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209급 잠수함 2척 조달 프로젝트를 놓고 군사대국 러시아 및 세계 잠수함 기술의 원조 격인 독일 프랑스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잠수함 첫 수출 이뤄질까

이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려는 잠수함 모델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는 209급 잠수함으로,한국에서는 '장보고함'으로 불린다. 1400t급으로 비교적 소형이지만 가격이 본체만 척당 3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음파를 탐지하는 소나(sonar) 시스템과 전투체계 시스템 등 각종 장비를 더하면 척당 6억달러로 불어난다. 2척을 모두 수주하면 한국 최초의 잠수함 수출 기록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대우조선해양에 12억달러라는 일감을 가져다준다.

이승훈 대우인터내셔널 자카르타 지사장은 "방위산업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인 이 프로젝트를 따내면 한국도 당당히 '잠수함 수출국가'로 발돋움한다"며 "우리 손으로 그 역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잠수함 부문의 선진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치열한 국제 수주전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12일 입찰공고를 낸 뒤 각국 간 물밑 수주 경쟁이 한창이다. 러시아는 인도네시아에 1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은 잠수함 기술 부문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우인터내셔널은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제품의 기술력을 입증받은 데다 1976년 지사를 설립한 뒤 35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신뢰와 친밀감을 다져온 게 이번 프로젝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많은 방산 프로젝트에 참여,기술력을 입증한 것도 강점이다. 대우조선은 1990년대 초부터 인도네시아에 병원선,기본훈련기 등 5억3000만달러 규모의 각종 방산장비를 수출해 왔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2척을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로 가져와 성능을 개선하는 사업도 따냈다.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경쟁국들에 비해 인도네시아와의 거리가 훨씬 가깝다는 것도 강점이다. 낙찰 조건으로 잠수함 구조함도 함께 제작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한국 정부도 경쟁국과 차별화한 파이낸싱으로 지원사격을 할 예정이다.

◆봉제와 철강 수출도 앞장

대우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 외에 봉제와 철강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 봉제법인은 2012년 매출 1억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2006년 협력사의 화재,2007년 대홍수의 역경을 극복하고 지난해 6500만달러에 이르는 실적을 이뤄냈다. 자카르타 최대 보세구역 내에 위치한 이 회사는 제1공장 9개 생산라인,제 2공장 15개 생산라인과 현지 협력회사 100여곳에서 9600여명을 채용해 연간 여성 의류 2000만장을 생산한다.

2005년 설립한 대우인터 인니코일센터는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등에서 철강을 들여와 자동차와 전자부품에 들어가는 산세강판(HR)과 아연도금강판(GI)등 냉연 제품을 만든다. 김상욱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인도네시아에서 방산,봉제,철강을 3각축으로 불황을 기회로 삼아 '세계경영'에 재시동을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규한 기자 tw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