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한 지 두 달도 안 된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이 이례적으로 70~80%대의 높은 객실 점유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10일 문을 연 서울 마포의 롯데시티호텔은 객실 점유율이 4월 82%,5월 72%를 기록했고 총 2만6000여명이 투숙했다. 환율 하락,신종 플루 등으로 일본인 관광 특수가 사라진 이달에도 75%에 이를 것으로 호텔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점유율은 30년 된 소공동 롯데호텔보다 불과 1~2%포인트 낮은 수치여서 '형만한 아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특히 다음 달에 관광객을 겨냥한 성형외과 · 피부과 등 메디컬센터와 스파를 열면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개 호텔은 개장 후 6개월~1년가량은 객실 점유율이 50% 안팎에 그쳐 고전하는 게 보통인데 롯데시티호텔은 이런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은 셈이다.

롯데시티호텔이 빠르게 본궤도에 오른 것은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84개 객실이 25.8~33.1㎡(8~11평)로 기존 비즈니스호텔보다 6.6~9.9㎡(2~3평)가량 넓고 중저가 호텔로는 드문 전 객실 욕조와 실내 수영장(길이 15m)까지 갖췄다.

성연성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과장은 "비즈니스 호텔임에도 특2급 심사를 받을 예정인 만큼 시설면에서 특급호텔 못지 않다"고 말했다. 최장원 롯데시티호텔 총지배인은 "객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남는 객실을 10만원 미만에 여행사 등에 덤핑 판매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롯데시티호텔의 숙박료는 1박 15만~16만원으로 특급호텔의 3분의 1 수준이다. 같은 비즈니스 호텔인 이비스명동(11만8000~12만3000원)보다는 높지만 서울가든호텔(17만~19만5000원)에 비해선 저렴하다. 또 객실요금에 10%의 세금만 붙고 봉사료는 받지 않는다.

한진수 경희대 교수(호텔경영학)는 "롯데호텔의 30년 경험이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했고 '롯데'라는 브랜드로 비교적 쉽게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며 "토종 비즈니스 호텔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향후 체인호텔을 확대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