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LG텔레콤은 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모인 'LG스킬올림픽' 행사에서 영예의 최고상을 수상했다. 모바일인터넷 서비스 '오즈'를 내놓아 1년여 만에 가입자 75만명을 확보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LG스킬올림픽은 계열사들의 경영혁신 성공 사례들을 공유하기 위해 LG그룹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계열사 모임에서 항상 '찬밥' 취급받던 초라한 위치를 감안하면 LG텔레콤에는 격세지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성과다.

'오즈'는 그룹 내 LG텔레콤의 입지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위상까지 단번에 바꿔놓은 서비스다. 가입자 규모가 가장 적고 통화품질도 좋지 않다던 이른바 '꼴찌'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선발업체들을 따라가기 바쁘던 LG텔레콤이 모바일인터넷에서는 '오즈'로 도리어 경쟁사들을 따라오게 만들었다.

'오즈'는 휴대폰에서 PC처럼 네이버,다음 같은 웹사이트를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집에서 쓰는 초고속인터넷 수준으로 빨라지고 휴대폰도 PC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모바일인터넷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것.

사실 휴대폰에서 웹사이트를 접속하는 서비스는 SK텔레콤,KTF 등 경쟁사들이 먼저 시도했다. LG텔레콤은 지난해 3세대(G) 이동통신(리비전A)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할 때까지 데이터 통신망이 취약해 모바일인터넷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 인터넷은 그동안 '값은 비싸고 볼 것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오즈는 월 6000원에 인터넷 콘텐츠를 1기가바이트(GB)까지 제공하는 파격 요금상품을 도입해 고정관념을 깼다. 1GB는 웹 서핑시 하루 약 70~140페이지,일반 무선인터넷인 왑(WAP)의 경우 사실상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용량이다. 기존 무선인터넷 기준으로 보면 약 100만원(웹서핑과 왑을 9 대 1로 사용시)어치에 해당한다.

6000원이라는 파격적인 요금을 내놓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경쟁사들이 모두 1만원 이상의 요금을 받는데 이렇게 싸게 팔아서 남는 게 있겠느냐"는 내부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을 정리한 것은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이다. 제대로 된 3G 서비스를 하려면 요금설계도 소비자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60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에 낙점을 찍었다.

출시 1년여 만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LG텔레콤은 회사 대표 브랜드까지 오즈로 바꿨다. 시작할 때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명칭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전국 1900여개 대리점에 오즈라는 이름을 내걸 정도다.

정일재 사장은 "휴대폰에서 보다 편리하게 인터넷을 쓰기까지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지만 개방형 오즈가 앞으로 이동통신 서비스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데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며 "오즈가 이동통신 경쟁의 틀을 바꾸는 전기이자 미래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