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종주국 프랑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와인 생산지는 보르도와 영어로 '버건디'로 불리는 부르고뉴,
샴페인(스파클링와인)의 고향 상파뉴 등이다. 하지만 와인 생산량이나 역사면에서 이들 못지 않은 와인 천국이있다. 프랑스 남부의론 지방이다.


프랑스 남동부를 흐르는 론강을 따라 북으로 리옹시에서부터 남쪽의 아비뇽까지 200㎞가량 길게 뻗은 이 지역은 포도밭의 총 면적이 7만9000㏊,연간 생산량은 3억2000만ℓ에 이른다. 보르도 지역(12만㏊ · 5억7000만ℓ)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지다. 부르고뉴는 생산량에서는 론의 절반(1억5000만ℓ),재배면적(2만7000㏊)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사적인 측면에서 론은 보르도를 넘어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다. 아직도 로마시대부터 경작하던 포도밭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로마 군대가 기원전 125년 이곳을 점령하면서 '코트 로티' '생 조셉' '에르미타주' 지역에서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생산했으니,그 역사가 이제 2100년을 넘는다. 론이 와인 산지로 각광받게 된 것은 14세기 무렵.1309년 교황이 아비뇽에 유배를 오면서 론 지역의 와인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아비뇽 교황청은 이후 총 9명의 교황이 거쳐갔다. 올해는 교황청이 세워진 지 7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론 와인은 햇살이 강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져 '태양의 와인'으로도 불린다. 이 지역의 유명한 포도 산지인 '코트 로티'의 뜻도 '불타는 언덕'이다. 태양빛이 '작렬'한다는 표현이 꼭 들어맞을 정도로 낮에는 눈을 똑바로 뜨고 있기 힘들다.

생산량도 많고 역사도 오래됐지만 론 지역이 보르도나 부르고뉴에 비해 유명세를 덜 탄 이유는 이 지역 와인 생산자들이 자존심이 강해 홍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험한 지형과 척박한 경작 조건에서 그저 묵묵히 와인을 만들어낼 뿐이다. '코트(언덕) 뒤 론' '발레(계곡) 드 론'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이 지역은 산악 지형이다. 가파른 급경사면에 포도나무를 심기 때문에 테라스를 만들 정도다. 그 모양은 한국의 계단식 논과 흡사하다. 이 지역의 기후 조건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스트랄'.론강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론 지역 와인생산자협회인 '앵테르론'의 오렐리 그르예 마케팅팀장은 "시속 130~140㎞로 부는 강바람은 추운 겨울 포도나무의 가치를 쳐내는 농부들의 뼛속까지 파고 든다"며 "5~6월에 부는 바람에 사람들이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옷깃을 여밀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스트랄은 한여름 농부들을 괴롭히는 병충해를 나무에서 말끔히 날려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니 '병주고 약주는 바람'인 셈이다. 이곳 중견 와이너리인 레뱅드비엔느의 피에르 장 빌라 대표의 한마디."보르도는 와인을 팔고,론은 와인을 만든다. " 이 지역 와인 생산업자들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대변해 주는 말이다.

론 지방의 또 다른 특성은 다양성이다. 이곳은 크게 남부론과 북부론으로 나뉜다. 북부의 토양은 화강암질,남부는 자갈 석회질 진흙 등으로 이뤄져 있다. 토양 성격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라,그르나슈,무르베드,비오니에,무스카토 등 재배 품종도 13종에 달한다. 54개 아펠라시옹(원산지)에서 와인을 만들어내는 6000여명의 와인생산자들이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다양성에 기인한다.

론 지역의 대표적인 아펠라시옹으론 남부 '샤토네프 뒤 파프'를 들 수 있다. '교황의 새로운 성'이란 뜻으로 교황이 아비뇽으로 유배됐을 때 붙여진 이름이다. 북부에는 '에르미타주' '코트 로티' 등이 있다. '에르미타주'는 은둔자라는 뜻이다.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기사가 잔혹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이 지역에 포도원을 일군 것이 시초다. 에르미타주의 '엠 샤푸티에', 샤토네프 뒤 파프의 '오지에',코트 로티 지역의 '이 기갈'은 론의 3대 와이너리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서는 론 지역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이라고 알려지면서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론 지역 와인을 추천한 영향도 크다. 론 와인은 생산자들을 닮은 듯 묵직한 맛으로 한국의 개성 강한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오니에로 만든 '생 아망 라 보리 2006'은 꽁치와 절인 토마토,삶은 호박 줄기와 염소 치즈,쇠고기 요리 등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과 훌륭한 '마리아주'를 이뤄냈다. 이 지역에서 아시아통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프 부디에 소믈리에는 "간장소스나 김치는 육류가 아닌 소스 · 야채류로 뒷맛은 스파이시하면서 신선함이 배어나는 비오니에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아비뇽=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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