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가 보고한 에너지대책은 한마디로 에너지 절약이라는 수요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자동차 연비기준 대폭 강화, 에너지 다소비기업 및 대형 건물에 대한 에너지사용 목표관리제 도입 등이 골자다. 종래 국가에너지 수급계획이 에너지수요 증가를 전제로 공급대책을 강구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수요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방향을 전환하는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擴散)되기 전까지만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로 급강하했지만 어느새 슬금슬금 배럴당 60달러대로 복귀했다. 걱정되는 것은 경기회복 기대가 쌓이고 여기에 달러화 약세에 따른 자금이동, 산유국 공급조절 등의 변수가 겹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도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가 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부로서는 고유가를 전제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에너지 절약은 고유가 시기에만 반짝하다가 유가가 하락하면 관심에서 멀어지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고 자체를 바꿔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 절약은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인식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의 이번 대책들을 보면 어차피 그 쪽으로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연비 규제가 그렇다. 미국 일본 등이 자동차 연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우리 기업의 대응노력이 시급하다. 에너지사용 목표관리제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한 것이다. 다만 규제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인센티브도 적절히 활용해 정책효과를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다소의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정부 국민 기업이 에너지절약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더라도 경제불안을 최소화하려면 모두가 지금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