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누르면 진동모터 작동해 손가락에 촉감
[Science] 톡톡 두드리면 원하는 기능 ‘척척’ …햅틱 기술의 비밀
날이 갈수록 최첨단의 길을 걷고 있는 휴대전화.

TV나 각종 매체에서는 신제품 휴대전화에 대한 광고 일색이다.

아이돌 스타와 가수들이 들고 있는 휴대폰은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구매욕이 자극될 정도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손가락 하나로 휴대전화 화면을 톡톡 두드리면서 원하는 기능을 실행시키는 터치스크린 형태의 휴대폰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광고에 나오는 휴대전화는 그저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니다.

흔들면 주사위가 구르는 느낌이 나고,누르면 메뉴 아이콘이 따라 움직인다.

게다가 만지면 바로 반응하니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이른바 '얼리 어댑터'나 학생들이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부터 젊은층에서 인기를 모아온 새로운 휴대전화인 터치폰은 모바일 기기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S전자에서 나온 햅틱폰도 터치폰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햅틱이라는 전문용어를 마치 특정 휴대전화의 명칭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햅틱은 촉감을 이용해 어떤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전자기기를 만지거나 다룰 때 전자기기 화면상에 나타난 특정한 물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거나 실감나는 행동감각을 주는 것이다.

최근 터치폰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용 스타일러스펜,각종 게임장치 등 여러 종류의 전자기기에서 햅틱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가운 디지털 기기와 따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합됐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과연 이 같은 햅틱 기술의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것일까?

⊙ 햅틱 기술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Science] 톡톡 두드리면 원하는 기능 ‘척척’ …햅틱 기술의 비밀
햅틱 기술의 핵심은 진동이다.

국내 한 전자회사의 햅틱폰은 진동 모터에서 22가지의 진동 패턴을 만든다.

주사위 놀이나 윷놀이 등을 할때 실제로 물체를 만지는 느낌을 갖게 할 정도다.

한 외산 휴대전화는 휴대전화에 진동 센서를 달아 공이 튀는 느낌까지 구현, 실감나는 탁구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과거의 밋밋한 터치스크린은 진동이 없어 기기를 만지고 다루는 느낌이 없다.

이 때문에 손가락이 큰 사람이나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 · 장년층이 사용할 땐 실수나 오작동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한 게 바로 햅틱 기술이다.

햅틱은 사용자에게 현실감과 정확성을 주는 한편 오작동 비율을 줄이고 동작 효율도 높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진동은 진폭과 주파수, 전달 시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촉감 유형을 만들 수 있다.

자극을 사람의 피부에 가해 가상의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이 바로 햅틱 인터페이스다.

터치폰의 터치스크린 밑에는 작은 소형 진동모터가 달려 있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진동 모터가 작동하고 이때 발생한 진동 자극의 촉감은 누른 손가락의 피부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돼 실제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햅틱 촉각을 사람이 인지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무게나 형상, 굳기 등 근육이 감지하는 경로가 있고 또 표면 무늬나 질감, 온도 등 피부가 느끼는 경로가 있다.

이를 크게 힘 인터페이스와 질감 인터페이스로 나눌 수 있다.

미국 기업 센서블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팬텀 장치가 대표적인 힘 인터페이스다.

이 기업은 팬텀 장치를 이용해 손가락을 넣고 컴퓨터 화면 속의 물체를 움직이면 촉감이 느껴지는 골무를 만들기도 했다.

질감 인터페이스는 진동 모터 같이 작고 효율적인 부품이나 소재로 사람 피부에 자극을 가해 가상의 느낌을 전달한다.

햅틱폰이 가장 단순한 질감 인터페이스의 사례다.

앞으로 질감 인터페이스는 많은 휴대기기에 내장되면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런 기술은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에 진동 모터를 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촉각 효과 라이브러리,응용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위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등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 햅틱기술의 다양한 응용가능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초 국내 처음으로 햅틱펜을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보통 PDA 같은 휴대기기에서 쓰이는 펜은 터치스크린에서 정확한 점을 찍는 걸 돕는 역할에 그치는데 비해 햅틱펜은 내부에 소형 진동 모터를 내장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진동과 충격, 소리 제공 기능까지 갖춰 컴퓨터 윈도 시스템의 메뉴와 아이콘, 버튼, 스크롤바를 클릭, 드래깅, 드롭하며 조작할 때 각기 다른 촉감을 생성한다.

햅틱펜은 햅틱폰보다 더 정교한 진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햅틱폰에 달린 진동 모터는 전기가 끊어져도 관성 때문에 한동안 좀 더 떨리다 멈춘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빠르게 자주 진동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햅틱펜이 햅틱폰보다 실감나는 진동을 느끼게 해 준다는 햅틱 기술 고유의 특징만으로 살펴본다면 진일보한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햅틱 기술은 자동차와 로봇, 의료 분야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BMW는 5 시리즈 이상의 고급 승용차 모델에 아이드라이브라는 햅틱 회전조절기를 설치하고 있다.

이는 운전자가 에어컨, 오디오, 창문 등 자동차 내의 모터를 사용하는 각종 진동장치를 다이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장비다.

특히 조작 대상이 바뀌거나 기능이 바뀔 때 촉각을 전달해 운전자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기업 알프스전기는 최근 햅틱 기술을 적용한 운전대와 페달, 기어 시스템인 햅틱 코멘더를 개발, 자동차에 적용함으로써 섬세한 탑승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바퀴에 달린 센서를 통해 노면의 상태를 감지한 뒤 운전대에 달린 햅틱 장치를 통해 페달에 저항감을 줘 운전자가 노면 상태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퀴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대를 통해 경고 진동을 주거나 동작을 멈추게 해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햅틱기술은 단지 조작자에게 실감나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져 있는 작업 환경에서 사람이 햅틱 장치를 이용해 로봇을 조작하면 원격지의 환경을 판단하면서 조작자의 의지대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우주나 원자로,심해 등 극한 환경에서의 작업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수술용 기구로 피부를 절개하거나 장기를 다룰 때의 촉감까지도 만들어내는 의료용 햅틱 장치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 편리한 생활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과학기술종합포털 과학향기>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