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과 일본 시청자들이 같은 장면이라도 좋아하는 표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양국의 정서 차이 때문이겠지요. 가령 결혼식장 장면은 일본에서는 차분하고 절제된 양식으로 그려지지만,한국에서는 다소 들뜬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죠.제 작품을 한국 식으로 표현해줄 것을 김윤철 감독에게 요청했습니다. "

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막한 '제4회 아시아방송작가컨퍼런스' 참가차 방한한 일본 유명 작가 요코타 리에씨(47)는 자신이 대본을 쓴 한 · 일 합작 멜로영화 '결혼식 후에' 제작 과정을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일본에서 쓴 방송드라마 '고쿠센''1리터의 눈물''동물의사 선생님' 등은 국내 케이블TV로도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결혼식 후에'는 일본 작가가 대본을 쓰고 한국 감독과 배우가 제작하는 2시간짜리 한 · 일 합작 영화 프로젝트 '텔레시네마'시리즈 7편 중 1편.올 하반기 중 양국 극장에서 개봉되고 TV로도 방영될 예정이다.

"'결혼식 후에'는 40줄에 접어드는 남녀의 고민을 들춰내는 작품입니다. 엄마의 고교 동창 결혼식장에 참석한 어린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빠가 하객 중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죠.고교 동창들은 '아이의 아빠찾기'를 돕기 위해 저마다 갖고 있는 사연을 털어놔요. 중년에 접어드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5분짜리 하이라이트가 완성된 것을 보니,예지원과 신성우를 캐스팅한 게 잘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어린이가 아빠를 찾는 설정이 '맘마미아'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실제 가까운 이웃에게서 발생한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영감을 얻기 위해 평소 한국 드라마도 즐긴다고.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깔끔한 대사와 아름다운 풍경 등의 요소가 있지만 무엇보다 자기 감정을 확실히 말하는 점이에요. 일본 드라마에서는 기다리는 마음을 절제된 양식으로 표현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는 솔직하게 보여주거든요. 일본 드라마의 절제된 표현에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나타낼 때 한국 드라마의 이런 면모를 보고 일본인들이 열광하게 됐어요. "

그녀는 개인적으로 한국 애정물의 드라마틱한 구성도 좋아한다고 했다. 일본 드라마는 리얼리티를 너무 따지는 경향이 있지만,시청자들은 오히려 비현실적일 정도로 과장돼도 드라마의 진폭이 큰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불량커플'의 여주인공은 '엽기적인 그녀'를 연상시키고 남성 캐릭터가 모든 것을 참아내는 설정은 분명 현실성이 부족해요. 하지만 여성 시청자 입장에선 기분이 좋거든요.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일본 식대로 남자가 감정을 폭발시킨다면 그런 남자는 유치하잖아요. "

'겨울연가'는 문학과 시적인 느낌이 뛰어나고,'대장금'은 요리를 소재로 재능있는 여자가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스토리로 감동을 줬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화에 비해 소재가 빈약하다는 게 한국 드라마의 약점이에요. 한가지 패턴이 다른 드라마에서도 반복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좀더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드라마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과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 9개국의 대표적인 방송작가 80여명과 드라마 제작자들이 참석해 '아시아 각국의 인기 드라마로 본 공통성과 상이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드라마 산업 발전방안을 논의한다.

유재혁/김영우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