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곡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훈주씨(52)는 매일 밤 늦게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식재료 전문매장'을 찾는다. 식당에서 쓸 김치,계란,채소,수산물 등 각종 식재료를 사기 위해서다. 이씨는 "가락시장이나 노량진수산시장보다 가깝고 쇼핑하기도 편리한 데다 일부 품목은 값도 더 싸다"며 "24시간 열려 있어 언제라도 들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8년째 전국 단일점포 매출 1위인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대형마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점포의 자영업자 대상 회원제 마트(도매 매장)인 식재료 전문매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식재료 매장은 신선한 국내산 농수축산물과 저렴한 가격으로 서울 강남 일대의 음식점주 등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 덕에 양재점은 지난해 불황에도 두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일평균 매출 10억원(연간 3701억원)을 돌파했다. 이마트가 진출을 추진 중인 회원제 할인점도 바로 이 도매 매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기존 소매 매장 바로 옆에 3312㎡(약 1000평) 규모의 독립점포 형태로 식재료 전문매장을 2007년 11월 개장했다. 경기 고양 · 성남 · 수원 등지의 농협유통센터의 업소용 매장을 벤치마킹해 기존 매장의 '대포장 코너'를 별도로 분리해 확대한 것이다.

취급 상품군은 양곡,과일,수산,채소,축산,식품,생필품 등으로 소매 매장과 비슷하지만 대용량 단위로만 파는 것이 특징.예를 들어 계란은 '90개'(3판)나 '150개'(5판) 단위로,대파는 5단 또는 10단 묶음으로 판다. 대신 마진을 절반으로 줄여 소매 매장보다 10~15%가량 싸다. 때문에 소매 매장과의 '가격 충돌'을 막기 위해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업주들만 회원제로 운영한다.

양재점 식재료 전문매장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하루 매출이 1억원을 밑돌았지만 올 들어선 2억1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하루 이용 고객도 2000명이 넘는다. 올해 매출 목표는 770억원으로,양재점 전체 예상 매출(4000억원)의 20%에 달한다. 양재점의 '도매 매장 실험'이 성공을 거두자 하나로클럽 창동점도 지난 3월 같은 형태의 식재료 전문매장을 열어 두 달 만인 5월 하루 매출 1억1000만원을 기록하며 본궤도에 올랐다. 박성택 양재점 전략기획팀장은 "인근의 이마트,코스트코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 가정용 식재료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업소 대상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불황기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농협이 유일하게 운영하는 '자영업자 대상 회원제 마트'는 최근 이마트가 진출 의사를 밝혀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마트 고위 관계자는 "자영업자로 회원을 제한해 운영하는 코스트코(미국)나 메트로(독일) 등의 비즈니스센터가 모델"이라며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점포는 전국 핵심상권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어차피 일반 소비자 시장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업소 대상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이마트는 유통시스템이 막강한 데다 농협이 취급하지 않는 수입산 식재료도 공급할 수 있어 경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