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북이 달린다' 주연 소감
김윤석 "편안해 보이는 연기가 더 어려워"
배우 김윤석이 얼굴과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작품은 영화 '타짜'였다.

마지막 20여 분 동안 등장한 그는 고니(조승우)와 숨 막히도록 팽팽한 대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추격자'를 통해 김윤석은 다시 한 번 강렬한 카리스마로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그러나 이번엔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시골 형사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은 탈주범에게 돈 뺏기고 얻어맞고, 아내의 쌈짓돈을 가져갔다가 잃어버려 변명도 못하고 또 두들겨 맞는다.

"'타짜' 때는 개성 강한 조연 배우 하나 나왔다는 반응이었죠. '추격자'에서는 영화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짐이 무겁다는 걸 알았고요. 이번엔 김윤석이 하는 코미디는 어떤 걸까, 그걸 보고 좋아해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죠."

3일 오후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윤석은 유쾌해 보였다.

기자 시사회와 VIP 시사회가 끝난 뒤 걱정과 부담을 털어버렸단다.

"박찬욱 감독이 엄지를 치켜세워 보여주고, 다른 분들도 걱정하던 저보고 엄살 부렸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이게 '하이 코미디'라 성공할 수 있을까, 좀 걱정했거든요."

김윤석은 "원래 '즐거운 인생'이나 '거북이 달린다'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고 소시민의 모습을 연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편안해 보이는 게 더 어려워요. '카리스마'라는 말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카리스마라는 도구로 화면을 압도하는 것이 오히려 덜 힘들죠. '추격자'로 남우주연상 받았을 때 감정의 온도가 데일 것 같이 뜨겁다가 0.5초 사이에 냉기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뜨뜻미지근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섬세한 변화를 줘야 하는 거였어요. 이건 자칫하면 지루해지므로 더 섬세하고 더 디테일해야 해요. 또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죠. 영화가 성공한다면 적재적소에서 과하지 않은 연기를 해준 대학로 후배, 친구들 공이에요."
김윤석 "편안해 보이는 연기가 더 어려워"
'타짜'와 '추격자' 이후 많은 시나리오가 그에게 쏟아져 들어왔지만 직업이 전작과 같은 형사임에도 그는 '거북이 달린다'를 택했다.

"감독이 대본 갖고 연출만 하는 경우가 있고, 글도 쓰고 연출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 글 쓴 사람이 연출하는 데 더 구미가 당겨요. 시나리오 활자 안에 드러나지 않는 비하인드 (이야기)가 어마어마하게 숨겨져 있는데 그건 쓴 사람이 아니면 끄집어 내지 못하잖아요. 이 영화가 드라마를 해치지 않는 코미디, 상황이 만들어 내는 코미디를 추구한다는 데 감독과 일치점을 본 거죠. 만나자마자 바로 예산으로 갔어요. 유명한 집에서 어죽도 먹고 호두과자도 사주더라고요.동네 한 바퀴 돌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죠."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드라마로 옮겨 뒤늦게 스크린에서 주목받은 그는 나이 마흔이 된 지난해 웬만한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모두 휩쓸었다.

'주연'이라는 이름은 그에게 '책임'으로 다가왔다.

"주연이 되면 할 일이 많아요. 스크린 안에 담기는 최종 목표를 위해서는 모두가 다 합심해야 하는데 그걸 감독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나눠 지는 거죠. 하루 왔다 가는 단역 배우와 아역 배우들 챙기는 일까지 신경 써요. 영화가 망가지는 이유는 그런 보이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 거거든요."

그는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지난해 수상자로서 올해는 오랜 친구인 송강호에게 시상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아, 송강호가 해외에서 받아올 줄 알았는데, 그게 좀 아쉽네요. 내가 줘야죠, 뭐. 근데 내가 받으면 어떡하지?(웃음)"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eoyyie@yna.co.kr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