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업계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업체가 있다. 발빠른 디자인과 상품기획력,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철저한 재고 관리로 온라인몰과 홈쇼핑의 속옷시장을 장악한 엠코르셋이 그 주인공이다. 때문에 세계적인 패스트패션(의류의 기획 · 생산 · 유통 · 판매 일괄관리) 업체인 일본 유니클로에 비견될 정도다.

'불황에는 화려한 속옷이 잘 팔린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엠코르셋은 2004년부터 매년 40~50% 매출 신장률을 올리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이다. 이 같은 엠코르셋의 약진은 속옷이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란제리에도 패스트패션의 개념을 적용한 것이 비결이다. 문영우 엠코르셋 대표(50)는 "속옷을 단순히 생필품처럼 인식하고 실용성만 강조하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지금은 겉에 드러내고 입는 패션 액세서리처럼 의상에 맞춰 골라입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멀티 브랜드 전략도 온라인 속옷시장을 장악한 주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키스리퍼블릭(10대 후반~20대 초반) △미싱도로시(20대 초중반) △르페(20대 후반~30대 초반) △YK038(30대 중반~40대 중반) 등 브랜드 타깃층을 세분화해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수용한다. 급변하는 유행에 맞춰 브랜드별로 매달 100여가지의 신제품을 선보인다. 마니아 고객들의 요구로 올 들어 오프라인 매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홈플러스 32개점을 비롯 로드숍,가두점 등 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엠코르셋이 처음부터 잘나간 것은 아니다. 엠코르셋은 2003년 코오롱이 론칭했다 접은 란제리 브랜드 '르페'를 인수하면서 소규모 업체로 출발했다. 하지만 출범 4개월 만에 1차 부도를 내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문 대표는 "홈쇼핑 채널은 겉으로 보기엔 매출이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반품 등으로 허수가 많았다"며 "첫해 18억원의 매출에도 5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이후 살아남기 위해 인터넷몰로 판매채널을 넓혀 재고를 95% 이상 해소하면서 2004년엔 매출 100억원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특히 2007년 연예인 이혜영이 론칭한 '미싱도로시'를 인수하면서 엠코르셋은 날개를 달았다. 당시 라이선스로 미싱도로시 속옷을 만들어 팔다가 속옷업계 최초로 섬유펀드의 투자를 받아 아예 브랜드를 인수한 것.연예인 이름을 딴 속옷들이 반짝하다 사라지는 것과 달리 미싱도로시는 지금까지 선도 브랜드의 입지를 지키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CJ오쇼핑 판매방송에서 50분 만에 3억5000만원어치가 팔리며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문 대표는 "이미 진출한 중국시장을 기점으로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아시아의 와코루(세계적인 속옷기업)'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