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전통악기는 단지 음악적 표현 도구에 그치는 게 아니에요. 각 민족의 삶과 애환을 오케스트라 하모니로 풀어낼 겁니다. "

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음악으로 하나되는 아시아'라는 부제 아래 창단공연을 갖는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의 기획단장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최상화 중앙대 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는 브루나이,캄보디아,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의 전통악기 각 5종씩 총 55종의 전통악기로 편성된 이색 협주단이다. 총 단원은 80여명.지난달 31일 한 ·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앞에서 첫 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 주도로 창단됐다. 2005년 정부가 아세안 국가들과의 문화 교류 확대를 추진했고,당시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었던 최 교수가 한-아세안 오케스트라 창단을 정부에 제안한 게 씨앗이 됐다.

그는 "일본은 문학,중국은 미술로 아세안 국가들과 깊이 교류하고 있었다"며 "전통악기로 편성된 오케스트라를 만들면 교류와 화합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무작업에 들어간 것은 작년 11월.최 교수를 포함한 한국의 기획단 5명이 10개국을 직접 방문해 각국 전통악기의 소리 크기,음폭,음과 음 사이의 간격인 음계 등을 음향기기를 통해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고 각국에서 추천하는 악기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모든 나라의 전통 음악을 존중하기 위해 '최대공약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3음계,5음계,7음계 등 각 나라들이 다양한 음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음계를 쓸 수 있는 공통음계를 구성했다. 오케스트라의 공식언어를 영어로 통일했다. 그럼에도 합주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브루나이같이 전통악기가 적은 나라는 5종의 악기를 채우기 힘들다고 했고,인도네시아는 전통악기가 50종이 넘어 5종으로 묶는 제안에 불만이 컸다.

그는 "지난 2월 첫 합주 때부터 서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한 악기는 음정이 맞지 않아 합주 중간에 연주자가 톱으로 잘라가며 음을 조정했고 다른 연주자는 자신의 악기가 소외되자 악기를 계속 계량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며 웃었다.

최 교수는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가 2012년 완공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상설 악단이 됐으면 좋겠다"며 "레퍼토리를 늘려 유럽,미국 등지의 무대에도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