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미술관이란 무엇일까.

도시에서 미술관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미술관,미술관 때문에 도시가 알려지는 경우,모르고 들어갔다가 훌륭한 전시나 프로그램에 반해 다시 찾는 미술관,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소장품을 전시한 미술관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미술관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 많다.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각 지역마다 새 미술관이 건립되고 있다. 특히 사회교육기관으로서 미술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이 문화를 즐기는 장소는 물론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준비 중인 대부분의 미술관은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 미술관은 건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전시,프로그램 등이 중요하다. 많은 돈을 들여 새 건물을 짓는다고 좋은 미술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물만 짓고 그 안을 채울 내용을 준비하지 않아 대관 전시나 무료 대관을 하기도 한다.

미술관은 건물을 짓기 전부터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건축가와 상의해야 한다. 전시장 부족으로 예술가들이 활동을 못하거나 지방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역에는 이미 문예회관이 있지만 모든 예산을 건물 유지에 쓰고 전시기획자도 없이 운영하고 있어 활용이 안 되는 실정이다.

그래도 새 미술관을 지어야 한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비전과 내용을 만들고 건축가 선정부터 미술관의 큐레이터 등 건립에 필요한 인원을 구성하고,소장품 방향을 정한 후 작품 컬렉션도 건축 설계 이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분주하던 지난주 공주시로부터 새로 짓는 아트센터 설계 심의를 맡아 달라는 전화를 받고 공주로 향했다. 심사위원장은 공정성을 위해 사전 논의를 하지 말고 진행하자고 했다. 그래서 아트센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어떤 모습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 없이 심사를 진행했고,필자가 보기에는 아트센터에 적절하지 않은 설계안이 당선됐다. 이런 심사 방식은 소위 건축 심의에서 얘기하는 공정한 심사 방식이었을지는 몰라도 이 당선안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사 하루 전에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지역 상황이나 아트센터 활용 방안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심사를 진행했는지 의문이다. 심사 후 한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적인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미술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활용에 대한 깊은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미술관이 한국에도 하나쯤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