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1000억원대에 달하는 국내 전문 비만치료제 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에 나섰다.

한미약품(대표 장안수)은 최근 체내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비만치료 성분인 오르리스타트 원료를 국내 처음으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이달부터 '리피다운캡슐'(사진) 시판에 나섰다고 2일 발표했다.

리피다운은 체내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Lipase)가 음식물로 섭취한 지방과 결합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체내 유입된 지방을 자연 배설시키는 비만치료제다. 지방흡수억제 방식 비만치료제는 그동안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내놓은 제니칼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으며, 애보트의 리덕틸로 대표되는 식욕억제 방식 비만치료제와 함께 전체 전문 비만치료제 시장을 양분해왔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할 수 있는 전문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924억원이었으며 올해에는 1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4년 전(636억원)에 비해 30% 이상 커진 규모다.

한미약품은 2006년 오르리스타트 원료 합성에 나선뒤 2007년 자체 기술로 원료 제조에 성공,국내 특허를 따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리피다운 출시로 2007년 이미 시판에 들어간 식욕억제 방식 비만치료제제인 슬리머와 함께 비만치료제의 양대 품목을 모두 확보해 시장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르리스타트는 2006년 국제 특허가 만료됐지만 원료합성 방식이 까다로워 지금까지 국내에는 지방흡수억제 방식 제네릭(복제의약품)이 나오지 않았다.

회사는 제품 출시에 앞서 서울아산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서 153명을 대상으로 12주간 3상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체중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았다고 덧붙였다. 성인의 경우 의사의 처방을 받아 1년간 꾸준히 리피다운을 복용할 경우 30%가량의 지방을 덜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식사량을 줄이지 않아도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내며 비(非) 마약성 비만치료제이기 때문에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아울러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는 방식이어서 제니칼처럼 12세 이상 18세 미만의 비만환자도 처방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외의 비만치료제는 복용 가능 연령층이 18세 이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섭취한 음식물 속의 지방 자체를 흡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인 만큼 지방변을 보거나 자주 화장실을 가야 하는 등의 생활상 불편은 있다"며 "이 경우 식이섬유제제를 함께 복용하면 개선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회사는 현재 상당수 전문 비만클리닉에서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수억제제를 병용해서 처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시판 중인 식욕억제제 슬리머와 묶어 마케팅에 나설 경우 판매에서도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피다운은 식사 후 1캡슐씩 복용하면 되며 1통당 60캡슐 포장이다. 가격은 6만원대로 오리지널 치료제인 제니칼(10만원대)에 비해 30~40%가량 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