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온종일 TV를 켜놓는 것은 유아의 뇌와 언어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드미트리 크리스타키스 소아과 교수는 1일 "집에서 TV를 틀고 있으면 아이와 보호자 모두 말수가 줄어 잠재적으로 유아의 발달에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어린아이 329명을 대상으로 2개월~4년 간 시행됐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무작위로 작은 디지털 수신기가 달린 특수제작 조끼를 입힌 뒤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 12~16시간 연속 아이가 말하거나 듣는 모든 것을 기록했다.

이 결과 TV를 적극적으로 시청하든 배경으로 틀어놓든 관계없이 TV가 켜있으면 아이들과 보호자의 말수 또는 이들 간의 대화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1시간 동안 TV를 틀어놓을 경우 그 아이는 어른에게서 듣는 것에 비해 500~1천개 정도의 단어를 적게 청취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성인은 일반적으로 1시간에 941개 단어를 말하지만 TV를 켜놓으면 그 말은 거의 완벽하게 TV 소리에 묻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연구는 유아의 TV 노출시간이 언어습득 능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유아기에는 언어발달이 뇌 발달의 핵심임을 감안할 때 TV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아이의 주의력과 인식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미국 가정 30%가 아무도 보지 않아도 TV를 트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TV가 언어습득 능력과 초기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아이가 있는 가정은 TV를 멀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TV는 좋은 보호자 대용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이가 듣고, 말하고, 배우는 단어량까지 감소시킨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소아.청소년의학지(APAM) 6월호에 실린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