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이 고객 유치를 위해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채권을 앞다퉈 판매하며 시중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월급통장을 둘러싸고 은행과 증권사 간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신용카드사들의 길거리 회원 모집도 부활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수수료를 내리고 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잔뜩 움츠렸던 금융회사들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이처럼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은행·증권사, 월급통장 유치전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증권사 간 월급통장 쟁탈전이 재연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번 달부터 일제히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연계한 신용카드 상품을 출시하며 월급통장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CMA 신용카드를 출시하는 관련 금융회사의 지나친 경품 제공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점검에 착수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금리를 높이고 수수료 면제 등의 다양한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수성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하루만 맡겨도 연 2.2~2.5%의 이자를 주고,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 등을 면제해주는 `AMA플러스 통장'을 출시해 두 달 동안 7만1천 명을 유치했다.

은행들은 금리가 민감한 고객들은 이미 증권사 CMA로 이탈한데다 CMA 금리가 현재 연 2% 수준으로 떨어져 추가로 이탈하는 고객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계열 증권사에서 내놓은 CMA 상품으로 계열사 직원의 월급통장을 갈아타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며 "급여계좌는 모든 금융거래의 근간이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고금리 채권 발행.."시중자금 잡아라"

시중자금을 잡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총 7천억 원 한도로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을 팔고 있다.

이 채권의 만기는 30년으로 연이율 5.95%이며, 5년 뒤부터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6월 말 3천억 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등에 필요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도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간 후순위채 7천억 원어치를 팔았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자유적금'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만기 1년 이상∼2년 미만 적금은 연 3%, 2년 이상∼ 3년 미만은 연 3.3%, 3년은 연 3.8%가 적용된다.

저축은행들도 고금리 후순위채권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오는 8일부터 사흘간 400억 원 규모로 연이율 8.5%의 후순위채를 판매한다.

경기.부산.한국.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이미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6월 말 결산을 앞두고 저축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며 "이자율도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퇴직연금 선점 경쟁 치열

갈수록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A기업이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를 입찰할 때 대부분 금융회사는 퇴직연금에 적용하는 금리를 시장 실세금리 수준인 연 5~6%로 제시했지만 한 금융회사는 연 6.5%를 약속했다.

금융회사들은 기업들로부터 받는 퇴직연금 수수료도 내리고 있다.

최근 들어 퇴직연금의 운용관리 수수료는 적립금의 0.1~0.5%, 자산관리 수수료는 0.1~0.3%로 종전보다 0.1%포인트씩 인하됐다.

작년 말 현재 적립금이 27조 원에 이르는 퇴직보험과 퇴직신탁을 퇴직연금으로 유치하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물밑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기존 퇴직보험과 퇴직신탁은 2010년 말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이들 상품에 가입한 기업은 중간 정산하거나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과당경쟁 양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주거래은행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기업에 퇴직연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 ▲퇴직연금 가입 대가로 휴양시설을 무상제공하거나 해당 기업의 제품을 사는 행위가 있는지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 홈페이지에 설치된 `퇴직연금 불건전 영업 신고센터'를 통해 실명뿐 아니라 익명으로도 신고를 받기로 했다.

◇ 길거리 카드모집 부활

시중은행의 카드사 분사 등 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을 앞두고 카드사들의 신규회원 유치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이모(36) 씨는 최근 서울의 한 어린이공원에 갔다가 수만 원대 장난감을 경품으로 내걸고 회원을 모집하는 A카드사 모집인을 만났다.

이씨는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졸라서 회원 가입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초 자동차 모터쇼가 열렸던 경기도 일산 킨텍스. 직장인 김모(38) 씨는 카드 모집인에게 모터쇼 입장권을 받는 조건으로 카드 회원으로 가입했다.

고정 부스 없이 백화점이나 공원, 행사장에서 회원을 모집하거나 연회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불법 카드 회원 모집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의 분사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업계의 영업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조재영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