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확보 문제가 금호와 산업은행 간 해결의 접점을 찾았다. 산은과 금호는 1일 그룹 유동성 악화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4조원 규모의 대우건설 풋백옵션(투자자들이 인수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문제를 2개월 안에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금호는 2개월의 시간을 벌었다.


◆금호,'두 달의 승부'

금호 측은 당초 오는 12월 돌아오는 풋백옵션 만기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해외 사모펀드와 국내 일부 금융회사들이 풋백옵션을 이미 유동화,만기연장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금호는 연 6~9% 수준의 풋백옵션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조건으로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물색해왔다. 일부 FI들이 교체되지만 대우건설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어 금호아시아나에도 유리한 방식이다.

금호는 이미 대우건설 FI 참여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외 펀드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 FI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금융업체들은 금호아시아나와 새로운 약정을 맺고 풋백옵션 시한을 연기하는 동시에 대우건설 목표 주가 역시 지금(풋백옵션 행사가격 3만1500원)보다 낮은 선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 측 관계자는 "현재 새로운 FI들과 충분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금호 유동성 뇌관 제거

산은은 금호의 이 같은 전략이 실패할 경우 사모펀드(PEF)를 만들어 대우건설 지분(32.5%)과 풋백옵션을 가진 금융회사 지분 일부를 인수키로 했다. 금호 측이 이 같은 산은 입장에 100% 동의했는지 불분명하지만 산은은 마냥 금호에 끌려다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산은 사모펀드는 대우건설 지분을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얹어 인수한다는 복안이다. 금호는 대우건설 지분매각 대금과 금호생명,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등의 자산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더해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금호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한테 3조5000억원을 빌리는 대신 연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2450원을 밑돌면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다. 1일 종가 기준으로 대우건설 주가가 1만1150원으로 옵션 행사가격과는 2만원 넘게 차이가 나 풋백옵션 행사는 확정적이다. 이 경우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39.4%(1억2833만주)를 행사가격에 인수하는 데만 4조1600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산은 사모펀드가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가진 금융회사 지분도 인수하게 되는 만큼 실제 금호는 시가와 옵션가격의 차액만 지불하면 된다. 금호가 이 정도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채권단의 분석이다.


◆대기업 구조조정 이행단계

지난달 말까지 8개 대기업 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한 데 이어 금호도 이날 산은과 재무구조 개선에 잠정 합의하면서 대기업 구조조정은 고비를 넘겼다. 앞으로 약정에 따라 자산 및 계열사 매각 등의 이행조치를 점검하는 일만 남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업구조조정 결과가 잘못될 경우 해당 주채권은행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 해체된 대우그룹까지 거론하면서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일부 지표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회복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 "대기업 구조조정의 원활한 진행이 경제안정 심리를 확산시키는 선순환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장창민/안재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