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인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대해 채권단이 "대우건설을 내놓으라"고 1일 요구했다. 금호 측은 이에 대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난달 31일로 설정된 약정 체결도 시한을 넘겼다. 양측은 이날 저녁까지 협상을 계속하며 절충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

◆산은,"대우건설 매각이 유일한 해법"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해결이며,이를 위해서는 대우건설 매각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금호가 대한통운 등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겠다는 제안도 일축했다.

산은은 이에 따라 금호에 대우건설을 산은 주도의 사모펀드(PEF)에 매각,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할 자금을 확보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금호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3조5000억원을 빌리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다.

1일 종가 기준으로 대우건설 주가가 1만1150원으로 옵션 행사가격과는 2만원의 차이가 나 풋백옵션 행사는 거의 확정적이다. 이 경우 FI가 보유한 지분 38.6%(1억2545만주)를 행사가격에 인수하는 데만 3조9500억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

산은은 금호 계열사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32.5%와 풋백옵션을 가진 금융회사 지분 중 절반가량을 인수,유동성이 부족한 금호가 풋백옵션을 해결하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매입가격도 시가에 30%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나중에 산은 PEF가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을 때 금호가 다시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주겠다는 것이다.

◆금호,"새 재무적 투자자 찾아서 해결"

금호 측은 "9월 말까지 시한을 연장해주면 새로운 FI를 유치해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금호생명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등 계열사 및 자산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금호 고위 관계자는 "시간 여유를 더 준다면 새로운 FI를 모집해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9월까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때 채권단의 요구대로 대우건설을 다시 내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호 측이 버티는 이유는 채권단 제안대로 대우건설을 내놓을 경우 엄청난 투자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2006년 당시 금호 계열사의 대우건설 주당 매입가는 2만6000원대로 산은 PEF의 인수제안 가격보다 두 배가량 비싸다. 또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받지만 대우건설을 그룹에서 완전 계열분리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는 점도 금호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양측의 협상이 결말을 찾지 못한 이날 대우건설 주가는 전날보다 850원(8.25%) 급등한 1만1150원에 마감했고 다른 계열사는 특별한 방향성이 없었다.

이심기/장창민/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