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일부터 국제컨퍼런스
금융위기 중앙은행 역할 논의
한은 "가계ㆍ기업 과다차입 규제해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주체들의 과다차입 등을 적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1일 밝혔다.

이 총재는 2~3일 '신용위기에 관한 논의와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한은이 주최하는 국제컨퍼런스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신용사이클을 완화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정책당국의 규제와 금융시장의 자율조정기능을 적절히 조화시켜 금융시장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이 총재가 말한 경제주체에는 가계 기업 금융회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지나치게 빚을 많이 얻어 주택을 구입하거나 금융회사가 자기자본과 예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대출해 주거나 투자하는 일이 되풀이될 경우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라며 "그러나 중앙은행 차원에서 경제주체별 적정 차입비율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으며 감독당국이나 학계 등 전체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주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이번 신용위기를 계기로 정책당국은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 외에도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요소를 찾아내고 치유하고자 하는 새로운 관점의 금융안전 정책(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는 해외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기조연설문에서 "이번 금융위기는 중앙은행이 물가만 책임지고 금융안전은 감독당국이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됐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재정능력을 고려해 금융규제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며 "대형 금융회사를 분할하고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장내로 끌어들임으로써 시스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틴 헬위그 독일 본대 교수는 "이번 위기는 1990년대 초 저축대부조합 부실사태나 2000년 초 정보기술(IT) 버블붕괴 때와는 달리 개별 금융회사와 전체 금융시스템의 분리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서 벌어졌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선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 · 감독 강화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상호 의존성을 고려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규제 · 감독체계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더글러스 게일 미국 뉴욕대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자산담보부 단기채권(ABCP)시장의 급격한 경색에서 비롯됐다"며 "정책당국이 일단 ABCP를 매입해 주고 근본적으로 금융회사의 과도한 단기채권 발행을 억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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