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1% 부족한 한·아세안 CEO 서밋

"공장에 들어가는 장비반입 면세한도를 높여달라."(박준형 효성 사장) "하노이시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토지수용 문제를 도와달라."(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지난달 31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컨벤션센터 401호실.한-아세안 CEO(최고경영자) 서밋에 참석한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와 국내 기업인 간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등 10명.시간이 부족해 한 명당 2분밖에 발언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베트남 총리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는 열을 뿜었다.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베트남 농업기반시설 건설,산업단지 개발 등을 할 수 있다"며 "농어촌공사에 기회를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최종석 하나은행 부행장은 1년에 2개 은행에만 지점 설립을 허가해 주는 베트남 금융감독규정을 지적하며 "지점을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간접화법으로 총리 설득에 나선 CEO도 있었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은 "베트남 정부기관으로 하여금 베트남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입하는 걸 의무화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현지 공장을 갖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제품이 더 많이 팔릴 수 있다는 속뜻이 숨어 있었다.

통역을 통해 김 사장의 발언을 들은 응웬 떤 중 총리는 "기발한 생각"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베트남제품 사용을 의무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다른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응웬 떤 중 총리는 20여분의 시간을 할애해 질문에 대해 일일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간담회 시간은 당초 예정시간보다 30분가량 길어졌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기업인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베트남 총리를 비롯 아세안 각국 총리와 면담을 신청한 국내 기업 중 이름 있는 기업들은 눈에 띄게 적었다. 굳이 집단으로 총리를 만나지 않아도 현지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어서 그랬겠지만,한국 '대표'기업들의 '해외시장 공략'외침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졌다.

김현예 서귀포=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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