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으로 위기를 맞은 도요타와 현대자동차의 '위기 대처 해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도요타는 다시금 '가이젠(개선)' 활동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며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노사가 한몸이 돼 펼치는 도요타의 경쟁력 강화 작업은 인력 감축과 글로벌 생산시설 축소,원가 절감 등 전방위적이다.

반면 현대차는 느슨한 조직 분위기와 강성 노조의 반발 등에 막혀 체질 개선의 물꼬조차 트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편성효율(생산라인별 인력 배치의 최적화 상태)은 도요타(93%)에 한참 못 미치는 60~70% 정도에 불과하지만 구조조정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도요타

크라운 마크X 등 도요타의 중 · 대형차를 만드는 아이치현의 모토마치공장은 올 들어 생산량을 50% 줄였지만 근로자들의 손놀림은 바쁘기만 하다. 생산량을 줄인 만큼 작업 인원도 절반으로 감축했기 때문.게다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부품 운반 등 보조 인원은 더 줄였다. 감산으로 조립라인은 천천히 흐르지만 근로자들은 뛰다시피 일해야 할당량을 끝낼 수 있다.

오전 10시40분 2교대 오전반의 점심시간.벨소리와 함께 라인이 서면 작업자들은 장갑을 벗고 조립공장 건너편의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40분간의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작업자들은 라인의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점심시간 종료와 함께 라인이 자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라인에 들어갈 때 담배와 휴대폰 등 개인용품은 소지할 수 없다. 담배는 10분간의 휴식시간에 정해진 흡연실에서만 피울 수 있다. 호리 도시아키 도요타 본사 홍보부 그룹장은 "작업시간과 공장 내 안전수칙 준수는 근로자들의 의무"라며 "근무기강은 제품 품질과도 직결되는 만큼 모든 근로자가 불만 없이 규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지난달 25일 찾아간 현대차 울산2공장에선 어떤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고 품질의 차를 만들기 위해 근로자들이 쉼없이 움직이며 조립 작업에 열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공장에 들어서자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지난달 초 시작된 혼류생산 덕에 정상 가동 중인 아반떼 조립라인에선 휴대폰 통화를 하거나 신문 또는 책을 읽는 직원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고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놀면서 일해도 할당량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 작업 공정이 느렸고 투입 인원이 많은 탓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한 개 의장라인에 평균적으로 주 · 야간조를 합쳐 1200명이 일한다. 도요타는 800명 수준이다. 하지만 하루 생산 대수는 500~600대로 큰 차이가 없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 사이에선 손놀림이 빠른 작업자를 맨 마지막 공정에 배치하는 묵계 같은 게 있다"며 "첫 공정의 속도가 빨라지면 전체 작업이 빨라지기 때문에 이를 싫어하는 현장 직원들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엉덩이가 부딪쳐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지만 인원 감축은 꿈도 꾸기 어렵다"고 전했다.

공장 벽 곳곳에 붙은 금연 표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직원도 적지 않았다. 두달가량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 있는 에쿠스 생산라인도 느긋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요타시(일본)=차병석 특파원/울산=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