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2008년에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 모델을 발표했을 때의 일.가장 이목을 끈 것은 상하이GM(상하이자동차와 GM의 합작회사)의 '카이위에'라는 준중형 세단이 출시된 지 4년여가 지났는데도 3위(17만5417대)에 올랐다는 점이었다. 이 모델의 한국명은 '라세티'.GM대우가 2002년 10월17일 출범하면서 야심작으로 내놓은 승용차다.

순위상으로 3위이긴 하지만 '대우의 혼(魂)'이 담긴 카이위에는 사실상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나 다름없다. 홍창표 KOTRA 상하이무역관 부관장은 "1,2위에 오른 이치따중의 '지에다'(20만2109대)와 상하이따중의 '산타나'(19만7935대)는 주로 택시로 운행된다"고 설명했다. 자가용으로만 따진다면 카이위에가 1위라는 얘기다.

GM대우는 2003년 4월부터 CKD(반조립 수출) 형태로 중국에 라세티를 수출했다. 상하이에 있는 GM의 아시아지역 연구센터인 PATAC에서 중국 시장에 적합하도록 디자인을 새롭게 하긴 했지만 한국적인 감성은 그대로다. 글로벌 시장에선 뷰익이란 브랜드를 달았다. 2004년에 10만2620대가 팔려 성공적인 출발을 한 이후 2007년엔 판매량이 무려 19만6742대에 달했다. GM이 그해 중국에서 판매한 자동차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덕분에 GM은 중국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중국에 깊이 뿌리 박힌 대우자동차의 위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 토종 브랜드인 치루이자동차의 '치루이QQ'가 8위에 올랐는데 이 모델은 GM대우가 개발한 마티즈의 중국판이다.

GM이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유난히 굴곡이 많았던 GM대우는 또 한번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역량과 잠재력에 비해 무척 불운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GM대우를 보면서 새삼 바람 잘 날 없는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느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