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워싱턴 판다곰의 거짓 임신

요즘처럼 미국이 중국에 피해의식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또 요즘처럼 미국이 중국에 구애를 한 시기도 없었을 게다. 옛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은 글로벌 정치 · 외교 · 군사 · 경제 권력구도에서 사실상 일극 체제를 만끽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대접받고 있는 처지로 전락했다. 싫어도 권력분산을 인정해야 하고 중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덩샤오핑의 개혁 · 개방을 계기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합류해 급성장하자 미국의 고민과 피해의식은 커졌다. 미국 금융 · 경제위기는 중국이란 시장참여자가 갖는 무게를 각인시켰다.

중국의 잉여자금이 자국 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아 미국으로 몰렸고,이는 미국의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공범이었다(프레더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교수).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 정책은 중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키워주고 있다(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와 외환보유액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중국에서 차입하는 돈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버락 오바마 대통령)는 반성도 있다.

중국 가계들이 저축하지 않고 편안하게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의료보험,연금 ·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 재무 관료들의 발언은 차라리 애교 섞인 압박이다. 지금까지 미국인들이 신용카드 빚을 내 중국산 제품을 대량 구매해 줬지만 이제는 중국 정부가 내수를 확대해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라는 간접적인 요구다.

더군다나 미국이 직면한 전선은 동시다발적이다. 금융 · 경제위기가 제1전선이라면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내 대테러전,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제2,제3의 전선이다. 최근에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2차 핵실험으로 도발,제4전선이 형성됐다. 미국으로선 대북문제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지원이 절박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무작정 북한에 단호한 제재조치를 취하라고 중국에 강요할 순 없다. 중국은 정치,경제부문에서 미국에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스스로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인식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 소장).

다행히 중국의 입장이 달라질 분위기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때와는 달리 2차 핵실험에는 일단 엄중 대응하겠다고 국제사회와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미국은 속이 탄다. 중국을 첫 방문 중인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2일까지 머무르며 중국 지도부와 만난다.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대북문제 해결에 전에 없는 중국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동물원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 때 선물로 받은 판다곰 한 쌍을 보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판다는 대를 잇기가 만만치 않아 개체수가 희귀한 동물이다. 한 달 전 '메이썅' 이름을 가진 암컷이 임신했는 줄 알았는데 지난달 20일 거짓 임신으로 판명됐다. 다섯 번째 거짓 임신이다. 동물원 측은 내년에는 진짜 임신을 할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미 · 중 관계가 복잡다단해지고 있으나 세계경제 회생과 대북 대응을 주도하는 파트너십에서는 메이썅의 거짓 임신을 닮지 말았으면 한다.


워싱턴=김홍열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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