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비치발리볼에 쏟아진 환호

"예선전 때 사진 찍으러 경기장을 찾았다가 선수들의 플레이에 홀딱 반했습니다. 결승전 때는 아예 카메라를 집에 놔두고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렇게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인 줄 몰랐어요. 여름시즌 내내 열렸으면 좋겠네요. "(한 시민)

지난달 27~31일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세계여자비치발리볼 월드투어 2009 서울오픈'이 열렸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한 이번 대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대형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홍보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조용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사이클 모자를 쓴 50대 중년남성,20대 커플,60대 노부부,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30대 부부,외국인 등이 약속이나 한 듯이 모여들었다. 2500석의 경기장은 이런 사람들로 채워졌다. 대회 주최 측은 경기장 문을 개방하고 관람료도 받지 않았다. 생수와 홍초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고,모래체험장도 만들어 어린 아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도록 했다. 경기 진행도 매끄럽고 신속했다. 점수가 올라갈 때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와 관중들의 흥을 돋웠다. '여자 선수들의 복근(?)이 부러우면 비치발리볼을 배우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톡톡 튀는 해설은 폭소를 자아냈다.

한 시민은 "한강에서 이렇게 멋진 행사를 진행해주셔서 감사해요. 솔직히 가족과 한강 산책을 자주 나오지만 딱히 즐길 만한 이벤트는 많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했다. 30대 여성은 "양팀 점수의 합이 7의 배수일 때마다 코트를 바꾼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바람과 햇볕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데 합리적"이라며 비치발리볼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대회는 마당만 만들어놓으면 얼마든지 비인기 종목에도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점을 깨우쳐줬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행사와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적극 나서 시민들에게 여가활동의 폭을 넓혀줬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여자뿐 아니라 남자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한강변에서 환호와 탄성을 받는 날이 성큼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진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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