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제값 내고 물건 사는 사람은 ‘바보’ 소리를 듣는다.놀이공원이나 미용실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최근에는 모 카드사가 개인 고객들이 원하는 할인혜택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당초 카드사와 가맹점간 제휴로 시작됐던 할인 마케팅은 업종이 다른 기업간의 제휴로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현대자동차와 KT의 공동마케팅이 대표적이다.양사는 1일부터 KT의 ‘쿡’‘쇼’에 가입하는 동시에 신차를 사면 최대 100만원까지 차값을 깎아주기로 했다.소비자 입장에서 제휴마케팅 확대는 분명 이롭다.그런데 소비자가 보는 혜택만큼의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누가 부담을 질까?

당연히 마케팅을 실시하는 기업들이다.가격할인에 따른 매출 감소,이벤트 경품 구입비 등은 해당 기업들이 전부 떠안는다.하지만 겉으로는 대등한 제휴라고 할지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마케팅 실행을 확정짓기 전에 제휴 상대방과 발생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를 놓고 협상을 한다.분담 비율에는 정해진 룰이 없다.기업간 협상력과 업체별 마케팅 효과 기대치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현대차와 KT는 이번 제휴마케팅으로 발생하는 대당 40만~100만원의 차값 할인액을 절반씩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대등한 방식의 제휴다.반면 한쪽 기업이 훨씬 많은 부담을 지거나,심한 경우 모든 비용을 떠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웅진코웨이와 외환카드의 제휴마케팅이 그런 예다.두 회사는 작년 11월부터 ‘웅진 페이프리(payfree)’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외환 페이프리카드 보유자가 할인점 등에서 쓴 금액의 6%를 매달 현금으로 돌려받아 웅진코웨이 제품 렌탈료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덕분에 웅진코웨이의 올 1분기 렌탈판매는 전년보다 15% 늘었지만,관련 비용은 모두 외환카드측에서 부담한다.대신 웅진코웨이는 페이프리 서비스 및 관련 카드 광고를 전담,간접적인 방식으로 일부 비용을 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