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이 임박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자회사인 GM대우자동차가 '뉴 GM'이나 '올드 GM'에 포함되느냐 여부에 관계없이 판매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GM대우 역시 쌍용차처럼 법정관리로 들어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GM의 점유율이 높았던 만큼 현대 · 기아자동차에는 단기적으로 호재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GM대우,추가 감산 착수

GM의 파산보호 신청 후 GM대우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생산물량의 94%(2008년 기준)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GM의 글로벌 영업망이 크게 축소되고 있어서다. GM은 내년 말까지 전 세계 2400개 딜러망을 없앨 방침이다. 신차 출시가 연기되는데다 사후관리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란 점은 또 다른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순간 GM대우가 뉴 GM에 포함되든 안되든 국내외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GM대우는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작년 말부터 긴축 경영에 나선 상태다. 임금 삭감과 함께 감산 체제로 돌입했다. 이달 들어 중형차 토스카와 윈스톰을 만드는 인천 부평 2공장의 가동을 8일간(평일 기준) 중단한 데 이어 다음 달엔 10일로 늘리기로 했다. 젠트라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 휴무기간도 이달 8일에서 다음 달 15일로 확대한다. 모기업 파산에 대비하기 위한 추가 감산이다.

GM대우의 법정관리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대학원장)는 "GM의 파산보호 신청은 GM대우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할 주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라며 "산업은행과 GM간 극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당장 현금이 급한 GM대우가 법정관리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대 · 기아차엔 단기 호재

GM의 파산보호 신청이 현대 · 기아차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경쟁사인 GM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현대 · 기아차는 '빅3'의 위축 속에 올 1분기 미국에서 사상 최고인 7.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작년 말(5.1%)보다 2.4%포인트 높인 것이다.

하지만 중 · 장기적으로 새로운 GM이 등장,현대 · 기아차를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 정부를 대주주로 둔 GM이 연비강화 정책에 적극 부응해 대형차 대신 중 · 소형차 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어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GM이 생존을 위해 시장공략을 가장 강화할 지역이 중국"이라며 "현대 · 기아차의 주력 시장과 겹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부품업체들도 GM의 파산보호 신청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M 및 GM대우 협력업체들은 당장 휴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최범영 협신회(GM대우 협력업체 모임) 회장은 "최소한 올 9월까지는 GM대우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힘들 것"이라며 "감산과 함께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